[르포] "세계 첫 CAR-T·유전자치료제 원산지"…바이오 기업 몰려드는 필라델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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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대 CGT 스핀오프 신생 중심 '셀리콘밸리' 형성
바이오 자금난 속 자금조달 성공 사례 등장하며 긍정적 분위기
바이오 인력 필라델피아로 대거 유입…학회 개최 등 교류 활발
바이오 자금난 속 자금조달 성공 사례 등장하며 긍정적 분위기
바이오 인력 필라델피아로 대거 유입…학회 개최 등 교류 활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는 현재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산업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뉴욕에서 차를 타고 약 2시간을 달려 펜실베이니아 대학도시 인근에 들어서자 대학보다 먼저 아미쿠스, 스파크테라퓨틱스 등 바이오 기업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첨단 치료제 개발 기업이 대거 몰려있는 일명 '셀(cell)리콘밸리'다.
세계 첫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와 유전자치료제가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하버드대 등 명문대를 중심으로 학계 중심 바이오 생태계가 구성된 보스턴과 달리 셀리콘밸리는 산업 쪽에 더욱 치중돼 있다. 필라델피아 중심에서 1시간 거리 내에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아스트로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개발 허브가 다수 포진해 있다. 존 렁거 어댑트이뮨 최고특허공급책임자(CPSO)는 "보스턴이 신약 초기개발에 특화돼 있다면 필라델피아는 상용화에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기준 필라델피아는 CGT 프로젝트로 3억1700만달러(약 4140억원)를 지원받아 보스턴을 제치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펀딩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2018년 이후 벤처캐피탈을 통해 투자받은 금액만 42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자금이 몰리며 자연스럽게 바이오 기업도 늘었고 생태계가 구축됐다. 현재 셀리콘밸리 내에는 55개의 바이오 기업이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 이후 CGT 관련 302개의 특허가 등록됐고 현재 130여 개의 CGT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유전자치료제 전달체 역할을 하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의 상용화를 이끈 대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첫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칼 준 교수를 직접 펜실베이니아대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셀리콘밸리 내 다수의 바이오 기업 자문위원으로서 연구개발을 돕고 있다. 올해에는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셀리콘밸리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었다.
셀리콘밸리 내에 위치한 펜 메디신(펜실베이니아대 병원)과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은 바이오 기업들이 초기 신약개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일례로 펜 메디신 내에는 임상 세포 및 백신 생산 시설(CVPF)이 있다. 세포치료제를 임상 1상 수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CVPF를 총괄하는 돈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대 교수는 "사설 위탁생산(CMO)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세포치료제를 생산해 주며 학계 수준에서 인근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에서 임상시험용 실험 방법을 정립하고 투여하는데 필요한 치료제를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다.
연구개발을 마친 치료제를 본격 생산할 수 있는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도 여럿 있어 상용화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시 어드밴스드 테라피스, 론자 등 대형 CDMO가 셀리콘밸리 내에서 CGT용 CMO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시는 FDA 승인 CAR-T 치료제 중 하나인 주노(BMS 브레얀지의 초기 개발사)의 초기 개발부터 담당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창 우시 어드밴스드 테라피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저분자화합물 등 다른 치료제에 비해 CGT는 위탁 생산량 자체가 적어 당장에 돈이 안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CGT는 초기 개발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셀리콘밸리 내 약 50여 개의 바이오 기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단연 스파크테라퓨틱스가 꼽힌다. 2018년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한 '럭스터나'가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럭스터나는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다. 2019년 로슈가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스파크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현재 스파크테라퓨틱스는 인근 지역에 6층 규모 새로운 센터를 증축하는 등 회사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CAR-T 치료제를 개발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올해 7월까지 프리 시리즈A에서 5000만 달러(약 651억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2019년 시리즈B에서 7500만 달러(약 976억원)를 모으는데 성공한 티뮤니티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자회사인 카이트파마에 인수되기도 했다.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많은 바이오 인력이 유입됐다. 2021년 기준 셀리콘밸리에는 의약품 제조 관련 일자리가 약 1만5400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인력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매년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4000명 이상의 과학 학위를 받는 졸업생들이 배출되는데 이들은 자연스럽게 셀리콘밸리로 유입된다.
셀리콘밸리 내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펜실베이니아의 가장 큰 장점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물가가 저렴해 직장을 구하는 이들이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산업 종사자간 교류가 활발한 것도 장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매년 6월 '셀리콘밸리'라는 이름의 학회가 개최된다.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바이오 산업 종사자들이 모두 함께 참여해 교류하는 자리다. 연구 실무자들간 비공식 자리도 많은 편이다. 연구자들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사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바이오 기업 내 이직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연구실 박사후연구원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또는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간 인력 교류가 활발하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하다 신약개발 가능성을 보고 바이오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제임스 윌슨 교수는 "인력교류가 활발하다는 것은 바이오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11시27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세계 첫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와 유전자치료제가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하버드대 등 명문대를 중심으로 학계 중심 바이오 생태계가 구성된 보스턴과 달리 셀리콘밸리는 산업 쪽에 더욱 치중돼 있다. 필라델피아 중심에서 1시간 거리 내에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아스트로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개발 허브가 다수 포진해 있다. 존 렁거 어댑트이뮨 최고특허공급책임자(CPSO)는 "보스턴이 신약 초기개발에 특화돼 있다면 필라델피아는 상용화에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기준 필라델피아는 CGT 프로젝트로 3억1700만달러(약 4140억원)를 지원받아 보스턴을 제치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펀딩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2018년 이후 벤처캐피탈을 통해 투자받은 금액만 42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자금이 몰리며 자연스럽게 바이오 기업도 늘었고 생태계가 구축됐다. 현재 셀리콘밸리 내에는 55개의 바이오 기업이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 이후 CGT 관련 302개의 특허가 등록됐고 현재 130여 개의 CGT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초기개발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해결
필라델피아를 셀리콘밸리로 키운 데는 제임스 윌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공이 컸다. 그는 "30여 년 전 생명공학 산업 자체가 없던 필라델피아에 와 CGT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그는 유전자치료제 전달체 역할을 하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의 상용화를 이끈 대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첫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칼 준 교수를 직접 펜실베이니아대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셀리콘밸리 내 다수의 바이오 기업 자문위원으로서 연구개발을 돕고 있다. 올해에는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셀리콘밸리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었다.
셀리콘밸리 내에 위치한 펜 메디신(펜실베이니아대 병원)과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은 바이오 기업들이 초기 신약개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일례로 펜 메디신 내에는 임상 세포 및 백신 생산 시설(CVPF)이 있다. 세포치료제를 임상 1상 수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CVPF를 총괄하는 돈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대 교수는 "사설 위탁생산(CMO)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세포치료제를 생산해 주며 학계 수준에서 인근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에서 임상시험용 실험 방법을 정립하고 투여하는데 필요한 치료제를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다.
연구개발을 마친 치료제를 본격 생산할 수 있는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도 여럿 있어 상용화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시 어드밴스드 테라피스, 론자 등 대형 CDMO가 셀리콘밸리 내에서 CGT용 CMO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시는 FDA 승인 CAR-T 치료제 중 하나인 주노(BMS 브레얀지의 초기 개발사)의 초기 개발부터 담당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창 우시 어드밴스드 테라피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저분자화합물 등 다른 치료제에 비해 CGT는 위탁 생산량 자체가 적어 당장에 돈이 안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CGT는 초기 개발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지역 학회 개최…몰려드는 바이오 인재
바이오 자금난 속에서도 셀리콘밸리 내 바이오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선방 중이다.셀리콘밸리 내 약 50여 개의 바이오 기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단연 스파크테라퓨틱스가 꼽힌다. 2018년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한 '럭스터나'가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럭스터나는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다. 2019년 로슈가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스파크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현재 스파크테라퓨틱스는 인근 지역에 6층 규모 새로운 센터를 증축하는 등 회사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CAR-T 치료제를 개발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올해 7월까지 프리 시리즈A에서 5000만 달러(약 651억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2019년 시리즈B에서 7500만 달러(약 976억원)를 모으는데 성공한 티뮤니티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자회사인 카이트파마에 인수되기도 했다.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많은 바이오 인력이 유입됐다. 2021년 기준 셀리콘밸리에는 의약품 제조 관련 일자리가 약 1만5400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인력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매년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4000명 이상의 과학 학위를 받는 졸업생들이 배출되는데 이들은 자연스럽게 셀리콘밸리로 유입된다.
셀리콘밸리 내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펜실베이니아의 가장 큰 장점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물가가 저렴해 직장을 구하는 이들이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산업 종사자간 교류가 활발한 것도 장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매년 6월 '셀리콘밸리'라는 이름의 학회가 개최된다.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바이오 산업 종사자들이 모두 함께 참여해 교류하는 자리다. 연구 실무자들간 비공식 자리도 많은 편이다. 연구자들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사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바이오 기업 내 이직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연구실 박사후연구원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또는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간 인력 교류가 활발하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하다 신약개발 가능성을 보고 바이오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제임스 윌슨 교수는 "인력교류가 활발하다는 것은 바이오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11시27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