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뜨는 고려신용정보…'채무자대리인' 입법 악재 만나나
은행 등이 빌려준 돈을 대신 돌려 받아주는 채권추심업은 경기 불황이 심해질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사업이다. 깊어지는 불황에 비례해 제때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당 업계 1위로 시장 점유율 17%인 고려신용정보는 경기가 나빠지는 시점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관심 종목으로 거론된다. 2023년 10월 대신증권은 고려신용정보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고려해야할 때'라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채무 불이행이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추심업계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입법 움직임도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 발의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 개요]
  • 악재 예상 기업: 고려신용정보 농협자산관리 나라신용정보 미래신용정보 새한신용정보 세일신용정보 신한신용정보 우리신용정보 중앙신용정보 코아신용정보 A&D신용정보 BNK신용정보 DGB신용정보 IBK신용정보 JM신용정보 KB신용정보 MG신용정보 NICE신용정보 OK신용정보 SCI평가정보 SGI신용정보 SM신용정보
  • 발의: 김종민 의원
  • 어떤 법안이길래
    =금융 채무자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 자신의 채무 조정을 금융사와 협상.
    =현재는 선택사항인 채권 추심 전 채권조정 절차를 의무화.
  • 어떻게 영향 주나
    =채권 추심 절차가 복잡해지며 매출 감소 효과. 채권조정 과정에서 채권 추심에 따른 수익 발생 시점도 연기.

채무자 대신 채무대리인이 추심업체 상대

채권추심은 은행 등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돌려받기를 포기한 채권을 채권추심업체가 대신 받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추심업체는 실제로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채권관리사를 고용해 돈을 돌려받도록 한다. 이렇게 돌려 받은 돈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금융사에서 지급 받으며 추심업체는 수익을 일으킨다.

김 의원의 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채무자가 채무대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추심업체가 선임하는 채권관리사의 반대편에 서서 채무자의 권익을 위해 일한다.
GettyImages
GettyImages
채무대리인은 금융사와 채무조정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며, 추심이 시작되면 채무자 대신 채권관리사를 만나 상환 조건 등을 조율하게 된다. 법률구조공단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지만, 관련 예산이 많지 않은데다 채무대리인의 자격이 변호사로 제한돼 실제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김 의원은 법안에서 채무대리인 자격을 개인채무 상담 경력자 등으로 대폭 넓히고, 제도 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는 선택사항인 채무인과 금융사 간의 채무조정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인은 상환 조건을 완화하거나 이자 일부를 탕감 받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빚 돌려받기 더 어려워지나

이같은 법 개정안 내용은 고려신용정보 등 추심업체의 사업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우선 채무대리인의 활동이 늘어나면 추심업체가 고용한 채권관리사의 활동이 과거에 비해 위축될 수 있다. 탈법 소지가 있는 채무자가 추심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무대리인은 전문적으로 채무협상을 하는 사람인만큼 협상을 통해 부채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상환해야할 부채 자체가 줄어 추심업체 입장에서는 수수료 액수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채무조정이 의무화되는 것도 추심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추심업체의 실제 매출은 채무자가 빚을 상환하는 시점에 발생한다. 하지만 채무자가 채권 추심 전에 채무조정 절차를 밟게 되면 빚을 상환하는 시점은 더욱 늦춰진다. 최근 개인 연체율 증가가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는 의미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추심 업무를 하면 빚을 상환하지 않으려고 접촉 자체를 회피하는 채무자들이 많다"며 "추심업체 입장에선 채무대리인이라도 접촉하는게 나은데다, 대리인은 채무자처럼 억지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야 공감대, 연내처리 관심

개인 채무 상환 과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올 법안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올들어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며 내년부터 개인에 대한 채권추심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월 7일 제출된 법안이 2주 뒤인 11월 21일부터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1년 이상 소위에 상정 자체가 안되는 법안이 허다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 채무 불이행 문제가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여야 지도부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다만 법안 세부 내용과 관련해 여야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는 채무조정 의무화에는 공감하지만 채무대리인 선임 확대와 관련해선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온다.

이에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하는 부분은 놔두고 채무조정을 의무화하는 방안이라도 먼저 법제화시키자는 입장이다. 21대 국회의 실질적인 입법활동이 한달 밖에 남지 않은만큼 실제 법제화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