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는 차 뒤로 지나가는 남녀 두 명(왼쪽), 차량에 팔을 부딪힌 피해 여성이 멈춰 선 모습(오른쪽). /사진=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후진하는 차 뒤로 지나가는 남녀 두 명(왼쪽), 차량에 팔을 부딪힌 피해 여성이 멈춰 선 모습(오른쪽). /사진=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한 운전자가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중 뒤에 걷던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이 운전자는 피해 여성이 본인은 '고액 연봉자'임을 강조하며, "200만~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6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이 일로 팔, 목,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대인 접수해 드렸지만 계속 200~300만원은 받아야겠다고 한다는데…달라는 대로 줘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이자 운전자인 A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9월 30일 오후 2시께 제주도 제주시의 한 마트 지상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차량을 후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후진을 하던 A씨 차가 뒤를 지나가던 2명 중 여성 보행자 B씨를 쳤다. 바로 차에서 내린 A씨는 B씨의 상태를 살폈고, B씨는 "괜찮다"는 취지로 말하고 자리를 떴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다.

A씨는 "후방을 봤을 때 (B씨가) 지나간 줄 알고 후진하려는 중 '통' 소리가 나더니, 누가 오른쪽 뒤에 서서 손가락질하고 있었다"며 "바로 나가서 '괜찮으시냐'고 했더니 '괜찮으니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하고 그냥 가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찝찝한 마음이 들었던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경찰은 (내가) 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B씨가 놀라서 그런 것 같다고 대인 (보상)을 해주고 끝내라고 했다"며 "죄송한 마음에 바로 대인 접수를 했는데, 보험사에서 B씨가 200~300만원을 달라고 했다더라"고 황당해했다.

B씨는 사고 이후 팔과 목,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 당시에는 (B씨가) '괜찮다'면서 가기도 했고, (이후에 통증을 호소했을 땐) 차량에 손이 살짝 부딪혀 근육이 놀랐나 싶었다. 병원 잘 다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B씨가 본인이 고액연봉자임을 강조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CCTV) 영상을 봤을 때 놀라는 것으로 봐서 (B씨가)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다는 경찰과 보험사의 말에 따라 대인 접수를 했으나, 계속 200만원에서 300만원은 받아야겠다고 말한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한문철 변호사는 "보·차도 구분이 없고 중앙선이 없는 도로 또는 주차장에서는 보행자를 조심해야 한다"며 "주차된 차 뒤로 지나간 보행자 잘못 없어 보인다. 후진하는 차가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 변호사는 "이런 사고로 놀라서 염좌가 올 수는 있으나, (B씨 주장대로) 이 정도로 디스크가 올 수 있을까 싶다"며 "기왕증으로 보이는데 제대로 확인하면 상대가 치료비를 토해낼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왕증은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에 이미 발생한 이력이 있는 병력을 말한다. 보험을 계약하거나 가입하기 이전에 발병돼 진단이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질병에 해당한다. 사고 이전에 질병이 있었고 사고로 동일한 부위를 다쳐서 사고 전 질병이 악화한 경우, 기왕증 기여도(기왕증이 영향을 미친 정도)에 따라 치료비 및 기타 합의금이 감액될 수 있다.

다만 B씨 측이 교통사고로 인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진행한다면, 원하는 만큼의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한 변호사는 "(B씨에게) '통원 치료 다니고 치료비 위자료 등 지급하겠다'고 하면 상대가 소송을 걸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소송을 걸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으로 보여, 상대가 손해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송하면 위자료는 판사 마음, 대신 그 위자료에 교통비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B씨 측에) 보험 약관 기준대로 하라고 말한 뒤, 상대가 소송 걸든 말든 상대가 선택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