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코스모프로프 CBE 아세안 방콕 행사장 내 코스맥스 부스 전경.  /코스맥스 제공
2023 코스모프로프 CBE 아세안 방콕 행사장 내 코스맥스 부스 전경.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일찍이 동남아를 '포스트 차이나'로 꼽고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태국에도 법인을 세우며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젊은 인구가 많고 경제 속도가 빨랐던 만큼 화장품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K뷰티 열풍, 그리고 현지 인디 브랜드들의 성장과 맞물려 코스맥스의 동남아 지역 법인들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

◆K뷰티에 태국 선호 제형도 바뀌어

태국 등 동남아에서 100만개 이상 판매된 코스맥스 생산 파우치 화장품.  /코스맥스 제공
태국 등 동남아에서 100만개 이상 판매된 코스맥스 생산 파우치 화장품.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의 태국 법인 '코스맥스타일랜드'는 K뷰티 트렌드를 반영한 메이크업 제형 라인업을 확대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태국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매트한 제형을 선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국식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면서 '광채'를 낼 수 있는 화장품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수분광을 연출하는 글로우 제형의 쿠션, 광택감이 있는 글로스 제형의 립, 보습력이 높은 립밤 등으로 선호하는 제형이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K뷰티에 최적화된 제형을 바탕으로 태국 현지 인디 브랜드와의 협업도 증가세다.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 인접 국가의 인디 브랜드 수요까지 흡수하며 수출도 늘어나는 중이다. 코스맥스타일랜드의 올 상반기 립 제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8% 성장한 게 그 방증이다.

코스맥스의 첫 동남아 진출 국가였던 인도네시아에서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코스맥스의 인도네시아법인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늘어난 234억원이고, 순이익은 83.8% 늘어난 9억원을 기록했다. 현지 주요 인디브랜드 고객사들이 매출이 늘어난 데다 신규 고객사의 매출이 확대된 영향이다.

국민의 약 90%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는 '20억 인구'의 할랄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꼽힌다. 코스맥스는 할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6년 국내 화장품 주문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는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았고, 현지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할랄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지 인디브랜드 성장...코스맥스에도 호재

2023 코스모프로프 CBE 아세안 방콕 행사장 내 코스맥스 부스 전경.  /코스맥스 제공
2023 코스모프로프 CBE 아세안 방콕 행사장 내 코스맥스 부스 전경. /코스맥스 제공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있는 코스맥스의 동남아 지역 법인의 올 3분기 매출은 817억6300만원이다. 지난 2020년 한해 매출이 505억33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868억300만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낸 만큼, 올해에는 사상 최고 실적을 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 ODM 기업 중 동남아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있는 곳은 코스맥스가 유일하다.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로레알 공장을 인수한 걸 시작으로 2018년에는 태국에서 현지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태국 공장은 임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추후 태국에도 공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코스맥스가 일찍이 동남아에 눈독을 들인 건 젊은층 비중이 높은 인구 구조 때문이다. 젊은 인구가 많은 만큼 화장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동남아 전체 인구는 약 5억6000만명인데,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64세 미만)가 전체의 70% 이상이다. 중위연령도 29세~30세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중위연령은 45.6세다.

실제로 동남아의 뷰티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71억달러(약 35조4300억원) 규모였던 동남아 뷰티 시장은 지난해 308억달러(약 40조2300억원), 올해 330억달러(약 39조6200억원)를 거쳐 5년 뒤인 2028년에는 389억달러(약 50조8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파이 자체가 커지는 가운데 현지에서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K뷰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코스맥스에 호재다. 국제무역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동남아의 화장품 수입국 중 한국의 점유율은 20%에 달한다. 한국 화장품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한국 화장품 제조 노하우를 오랜 시간 축적한 한국 ODM 기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현재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규모가 작은 현지 인디 브랜드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점도 코스맥스 매출 성장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팽창하면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도 SNS 마케팅을 활용한 신규 인디 브랜드들이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코스맥스는 현지 인디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2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코스맥스 이노베이션 컨퍼런스'를 열고 현지 인디 뷰티 브랜드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