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확충 없인 재생에너지 전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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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는 원전·석탄보다 더 많은 송전망 필요하지만 반대 민원과 비용 등 문제로 망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전망 확충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 수요 분산, 섹터 커플링 등 정책·기술 역량을 총동원해야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탄소중립의 핵심은 수송·열 등 생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탄소배출을 제로화(0)하는 것인데,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전력망(그리드)이다. 국내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많이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논쟁이 한창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산된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이다.
한국의 송전망 부족 문제는 원자력,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을 막론한 전력시장의 최대 난제다. 미국처럼 전력망의 노후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늘어나는 발전설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소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2022년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8만1806MW에서 13만8018MW로 6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송전선로는 3만676km에서 3만4944km로 14% 확충되는 데 그쳤다.
특히 전북, 전남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태생적으로 간헐성과 불확실성이 커 충분한 용량과 유연성을 확보한 송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년째 지역주민의 반대 민원과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문제 등으로 적기에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전체 전력망 안정성을 이유로 빈번하게 발전소 가동을 강제로 차단하는 ‘출력 제어’가 발생하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약 4.1GW(발전비중 약 72%)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30년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율은 19%로 상승 후 24~2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준공된 동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도 기존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상황에서 계획대로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아 절반 정도만 가동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원전·석탄보다 더 많은 송전망 필요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발전의 경우 원자력과 석탄 등 기저 발전원에 비해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 같은 양의 전기를 수요처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송전설비가 요구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 기후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량 조절이 어렵다. 전력이 과잉 생산되거나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석탄화력이나 원자력은 이용률이 80% 이상으로 24시간 꾸준히 발전과 송전이 가능하지만, 태양광은 기후 등 여러 제약으로 가동 시간이 들쭉날쭉해 이용률이 15%대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해 같은 양의 전기를 나르기 위해서는 기저발전원보다 6배 많은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송전선로가 확보된다 해도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하는 특성상 재생에너지가 전기를 생산하는 순간마다 이를 다 수도권에 보냈을 때 받아줄 수요처가 있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일정하게 송전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 방식도 비용이 문제다.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분과 전문위 의견 검토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61.9%로 늘릴 경우 태양광이 최소 500GW(원자력발전소 1기가 1GW이니 500기에 달하는 용량)이고, ESS를 구축하는 데 최소 787조원에서 최대 1248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ESS·지역 분산 적극 추진해야
송전망 부족과 이로 인한 출력 제어 사태는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각국은 전력망 안정성 보강을 위해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대비한 예측·제어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한전의 추산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현재에 비해 2.3배 규모의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한다. 송전망 건설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 비용을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또 전국 각지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민원이 많다 보니 독점 송전 사업자인 한전이 약속한 기한 내 완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송전망 확충이 없으면 에너지원을 막론하고 발전기를 아무리 늘려도 무용지물이다.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물론 누구든지 재산권이 있고 자연경관도 해치는 만큼 좋아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중화와 충분한 보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이를 담당해야 하는 한전은 대규모 적자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수행하지 못할 경우 민간에라도 맡기는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송전망 확충과 함께 ‘지역분산’, ‘에너지 효율화’, ‘섹터커플링(sector-coupling)’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전력 그리드 확충 외에 전력 기기의 고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역별 에너지 수급을 균등화해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수요가 많고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곳으로 재생에너지 입지를 유도하고, 수도권에 집중되는 수요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가스, 열 등 서로 다른 에너지로 전환·융합해 저장하고 활용하는 섹터커플링 기술 적용도 에너지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모든 대책에는 반드시 비용이 수반되며 탄소 발생 제로가 되는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모든 국민이 에너지를 아끼고 절약하며, 적정 에너지 요금 지불에 대해 공감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며, 모든 국민과 전력산업계가 마음을 모아야 달성 가능한 도전적 목표다. 전력산업계가 주축이 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계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각자 위치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한다면 탄소중립도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전지성 에너지경제신문 기자
한국의 송전망 부족 문제는 원자력,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을 막론한 전력시장의 최대 난제다. 미국처럼 전력망의 노후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늘어나는 발전설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소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2022년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8만1806MW에서 13만8018MW로 6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송전선로는 3만676km에서 3만4944km로 14% 확충되는 데 그쳤다.
특히 전북, 전남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태생적으로 간헐성과 불확실성이 커 충분한 용량과 유연성을 확보한 송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년째 지역주민의 반대 민원과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문제 등으로 적기에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전체 전력망 안정성을 이유로 빈번하게 발전소 가동을 강제로 차단하는 ‘출력 제어’가 발생하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약 4.1GW(발전비중 약 72%)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30년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율은 19%로 상승 후 24~2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준공된 동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도 기존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상황에서 계획대로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아 절반 정도만 가동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원전·석탄보다 더 많은 송전망 필요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발전의 경우 원자력과 석탄 등 기저 발전원에 비해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 같은 양의 전기를 수요처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송전설비가 요구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 기후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량 조절이 어렵다. 전력이 과잉 생산되거나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석탄화력이나 원자력은 이용률이 80% 이상으로 24시간 꾸준히 발전과 송전이 가능하지만, 태양광은 기후 등 여러 제약으로 가동 시간이 들쭉날쭉해 이용률이 15%대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해 같은 양의 전기를 나르기 위해서는 기저발전원보다 6배 많은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송전선로가 확보된다 해도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하는 특성상 재생에너지가 전기를 생산하는 순간마다 이를 다 수도권에 보냈을 때 받아줄 수요처가 있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일정하게 송전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 방식도 비용이 문제다.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분과 전문위 의견 검토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61.9%로 늘릴 경우 태양광이 최소 500GW(원자력발전소 1기가 1GW이니 500기에 달하는 용량)이고, ESS를 구축하는 데 최소 787조원에서 최대 1248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ESS·지역 분산 적극 추진해야
송전망 부족과 이로 인한 출력 제어 사태는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각국은 전력망 안정성 보강을 위해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대비한 예측·제어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한전의 추산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현재에 비해 2.3배 규모의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한다. 송전망 건설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 비용을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또 전국 각지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민원이 많다 보니 독점 송전 사업자인 한전이 약속한 기한 내 완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송전망 확충이 없으면 에너지원을 막론하고 발전기를 아무리 늘려도 무용지물이다.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물론 누구든지 재산권이 있고 자연경관도 해치는 만큼 좋아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중화와 충분한 보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이를 담당해야 하는 한전은 대규모 적자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수행하지 못할 경우 민간에라도 맡기는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송전망 확충과 함께 ‘지역분산’, ‘에너지 효율화’, ‘섹터커플링(sector-coupling)’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전력 그리드 확충 외에 전력 기기의 고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역별 에너지 수급을 균등화해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수요가 많고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곳으로 재생에너지 입지를 유도하고, 수도권에 집중되는 수요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가스, 열 등 서로 다른 에너지로 전환·융합해 저장하고 활용하는 섹터커플링 기술 적용도 에너지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모든 대책에는 반드시 비용이 수반되며 탄소 발생 제로가 되는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모든 국민이 에너지를 아끼고 절약하며, 적정 에너지 요금 지불에 대해 공감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며, 모든 국민과 전력산업계가 마음을 모아야 달성 가능한 도전적 목표다. 전력산업계가 주축이 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계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각자 위치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한다면 탄소중립도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전지성 에너지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