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왕찹쌀 꽈배기' 본점이자 브랜드 대표가 된 배우 오승은.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동성로 왕찹쌀 꽈배기' 본점이자 브랜드 대표가 된 배우 오승은.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배우 오승은'이라는 이름만 걸쳐놓고 하는 사업장이 아니라 정말 'K-디저트' 맛집으로 승부를 걸고 싶어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연예인이 해서가 아니라 우리 고유의 디저트인 '꽈배기가 맛있어서' 열심히 매장 앞에 선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27일 정오께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의 한 꽈배기 집은 긴 대기 줄을 선 직장인들로 붐볐다. 가게 내부엔 입 주변엔 마이크를 차고, 머리는 질끈 묶은 채 열정적으로 손님을 응대 중인 업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나가던 손님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과거 영화 '두사부일체', MBC '논스톱' 등에서 활약했던 배우 오승은이다.
오승은의 꽈배기집 앞에 줄 지어 대기 중인 손님들 사진=배우 측 제공
오승은의 꽈배기집 앞에 줄 지어 대기 중인 손님들 사진=배우 측 제공
지난 1일 개업한 이곳은 한 달도 안 돼서 광화문 인근 '핫플'로 자리 잡았다. 꽈배기 하나로 입소문이 난 것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여러번 재방문 했다는 단골 직장인 손님들도 여럿이다. 배우가 운영하는 것을 모르고 찾았다가 알게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승은은 "직장인들 덕분에 점심시간에 쉴 틈 없이 일한다. 하루 평균 3000명 정도가 다녀가는데, 잠시도 앉아있을 틈이 없다"고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승은은 어쩌다 '꽈배기 사장님'이 됐을까. 그는 "원래 배우 일 말고도 카페 사업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맛있는 디저트'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었다"며 "커피랑 곁들일 수 있는, 시너지를 내는 디저트를 계속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연히 동성로 꽈배기가 대구에서 이미 유명한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창업주(조정범 동성로 왕찹쌀 꽈배기 대표)를 직접 찾아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창업주가 '연예인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같이 서울에 진출해서 제대로 해보이 않겠냐'고 해서 같이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그는 조 대표와 함께 동성로 왕찹쌀 꽈배기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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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아닌 '사장'으로 사람들 앞에 선 오승은은 꽈배기를 사러 온 이들에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밝게 응대하는 그의 모습에 손님들도 덩달아 웃음 지었다. 오승은은 "지치고 스트레스받은 직장인분들을 위해 점심시간에 일부러 '톤 업'해서 밝게 응대한다"며 "1500원짜리 꽈배기를 먹겠다고 줄을 오래 서는 게 쉽지 않은데, 기다려주는 분들이 너무 감사해 더 밝고 상냥하게 응대한다"고 웃음 지었다.

이날 꽈배기 4개를 포장해간 직장인 인모 씨(45)는 "처음에는 근처에 맛있는 꽈배기 집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알고 보니 좋아하는 배우였다"며 "회사 직원들도 이곳을 좋아해서 사무실 간식으로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 씨(28)도 "주변의 직장인 대부분이 다 안다고 할 정도로 맛있다고 소문났다"며 "직원들이랑 이곳에서 포장해서 나누어 먹곤 한다"고 말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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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오승은의 꽈배기 집은 개업한 지 한 달도 안 돼 순매출 1억원을 달성한 '맛집'으로 등극했다. 그는 "꽈배기는 어떻게 보면 어릴 때 먹던 서민 음식이자 뒷골목 음식이다. 과연 이게 시민 앞에 섰을 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싶었고, 월세도 높은 동네라 감당해야 할 게 많았다"며 "못 견디고 몇 달 만에 문을 닫아야 하나 싶었는데, 생각 외로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힘들게 일하고, 밤늦게 퇴근하면서도 가족을 생각하면서 사 가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걸 생각했을 때 돈의 가치를 떠나 감사한 마음이다. 더 정성과 사랑을 듬뿍 담고 싶다"고 말했다.

"꽈배기는 '옛날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40~50대 이상 손님들이 좋아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교복 입은 학생부터 젊은 직장인들, 아기 안은 젊은 엄마들도 많이 찾아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사랑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에요."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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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은은 맛집이 된 공을 손님들에게 돌렸지만, 그는 철저한 사전 조사로 매장을 준비했다. 오승은은 "광화문은 아무래도 외국인 관광객 많이 밀집돼있는 곳이고, 직장인들이 많은데, 디저트 맛집이 별로 없다고 느꼈다"며 "그래서인지 가게 공사를 할 때부터 오가는 직장인분들이 '기대된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소 선정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면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본다. 저의 경우엔 사업 자체를 처음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더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방문은 배우가 운영한다는 호기심에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오승은은 일회성 방문이 아닌, 꾸준히 가게를 찾는 단골 손님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도 치열하게 했다. 오승은은 "서울은 맛집이 즐비해 있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들이 많다 보니 '과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다"며 "색깔도 넣고, 초콜릿도 입혀야 하나, 아니면 고유의 맛을 살려서 '원조 그대로' 가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결국엔 '심플'하게 가는 게 답이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친절한 서비스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오승은은 "예를 들어 임산부 손님들이 오면 하나씩 서비스해 드린다. 임산부 때 먹은 음식은 무조건 기억나기 때문이다. '저분은 평생 기억할 것이다'라는 확신의 서비스"라며 "직원들에게 고객서비스(CS) 교육 철저히 시킨다. 일단 손님에게 제대로 인사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꽈배기 하나의 만족감으로 가면 안 된다"며 "그런 걸 신경 써서 칼같이 지키고 있다"고 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아울러 오승은은 K-디저트로 더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포부를 드러냈다. 오승은은 "우리 전통 과자 디저트를 더 알리고 싶다"며 "외국 분들이 한국에 찾지 않아도 현지 가게를 찾을 수 있게 세계로 더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꽈배기 전문가'이자, 손님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제1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연기를 다시 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오승은은 "결국 꽈배기를 파는 것도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한 총알을 하나씩 장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커피를 내리고 빵도 굽는 연기자이지 사업가로 기억되고 싶진 않다"고 전했다.

"사업을 시작한 것도 돈을 벌려 시작한 게 아니라 주변 분들과 맛있는 걸 함께 나누기 위함이 커요. 가끔 주변에 리어카 끄는 할머니, 환경미화원분들이 지나가면 쫓아가서 꽈배기 하나를 그냥 드려요. 돈 벌 생각이면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분들에겐 크게 느껴질 거예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알기에 그렇게 조금 더 나누고자 하고, 선순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글=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