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시엔 "임원", 퇴사후엔 "근로자"… 두 얼굴의 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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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광고대행사 VC기획 팀장 고아인은 상무로 승진되었다는 인사발령 공지를 접한다. 강력한 경쟁자를 누르고 임원이 된 것이다. 주위의 축하가 쏟아지고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조직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며 성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살아온 것에 대하여 보상을 받은 것에 눈물을 글썽인다. 드라마 '대행사'의 한 장면이다. 연말 인사시즌을 맞아 각 기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요즘 MZ세대는 임원이 될 생각이 별로 없다는 조사결과도 있지만 여전히 임원은 거의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다. 연말 인사시즌이 되면 임원 승진 후보자들이 초조주를 마시는 장면, 송년회 시즌과 맞물려 승진턱을 내면서 축하를 받거나 위로주를 마시며 절치부심하는 장면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임원이 되면 회사 내에서의 직책이나 보수 등 기타 처우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법률적인 지위 즉 임원은 여전히 근로자인가라는 문제(근로자가 아니라면 위임관계)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명확한 답을 내기는 어렵다. 등기임원은 근로자가 아니고 미등기임원은 근로자라고 쉽게 구분하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등기임원 중에도 근로자로 인정된 예도 있고, 미등기임원 중에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인정된 예도 많다.
판례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고(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구체적인 사안에서 담당 업무에 대하여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지, 사업계획 수립, 평가기준 등 전결권을 가지는지,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하는지, 그 처우는 어떠한지, 임원의 수는 전체 근로자 대비 몇 명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이렇게 임원이 근로자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고, 근로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법률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매우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 법률적 이슈가 발생한다.
첫째, 해고이다. 근로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해고되지 않고, 정당한 이유의 기준은 매우 높다. 반면에 위임관계에서 위임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계약 조기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는 별론). 다만 임원은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만료되어 임원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분쟁이 많지는 않은데, 간혹 근로자 + 갱신기대권을 주장하는 분쟁이 있기는 하다.
둘째, 퇴직금이다. 임원이 근로자라면 임원이 되기 전의 근속기간+임원으로서의 근속기간을 합하여 퇴직금을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에서 임원 승진 시 퇴직금을 지급받고, 임원으로서의 재직기간만 별도의 임원퇴직금규정을 통하여 퇴직금 산정에 고려되고 있는데, 임원이 근로자라면 퇴직금을 부당하게 중간정산한 셈이 될 수 있다. 또 근로자의 퇴직급여제도를 변경할 때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임원이 근로자라면 퇴직급여제도를 바꿀 때 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법이 그렇다.
셋째, 취업규칙이다. 임원이 근로자라면, 임원에 대한 규정은 취업규칙이 될 것이고, 이를 변경하려면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회사 인수합병 시 피인수회사의 임원에 대한 규정이 인수회사의 규정보다 더 유리하지만, 인수회사의 규정으로 통일하려고 할 때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넷째, 징계이다. 임원이 근로자가 아니면, 회사와는 위임관계에 있고 규정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이상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는 상정하기 어렵다. 위임에서는 계약의 해지만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임원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상정하여 모든 제도를 운영하면서 임원에 대하여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근거로 징계를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이는 앞뒤가 안맞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임원의 근로자성 관련하여 여러 이슈가 있는데, 현실에서는 많은 기업에서 임원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고, 임원들의 인식 또한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으며, 이를 전제로 많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과거 임원이었던 사람이 임원 재직기간 역시 근로계약기간이었다는 주장을 하며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재직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받았어야 하는데 퇴직금을 덜 받았다고 회사를 고발하는 경우도 있는데(애당초 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러한 분쟁에서 너무 판례의 입장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적용하면 실상과 괴리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VC기획의 고아인 팀장처럼 많은 이들이 기를 쓰고 임원이 되려고 하고, 임원이 되면 기존과 달리 특별한 처우를 받는다는 데 회사의 구성원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많은 혜택을 누리는 대신 임원이 되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상황 하에서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선택을 하였는데, 나중에 입장을 180도 바꿔 실상은 근로자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특히 이러한 분쟁은 재직하고 있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임원에서 물러난 후 사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입장 변경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당사자의 의사와 임원이 되기까지의 실상이 근로자성 판단에 보다 더 고려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요즘 MZ세대는 임원이 될 생각이 별로 없다는 조사결과도 있지만 여전히 임원은 거의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다. 연말 인사시즌이 되면 임원 승진 후보자들이 초조주를 마시는 장면, 송년회 시즌과 맞물려 승진턱을 내면서 축하를 받거나 위로주를 마시며 절치부심하는 장면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임원이 되면 회사 내에서의 직책이나 보수 등 기타 처우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법률적인 지위 즉 임원은 여전히 근로자인가라는 문제(근로자가 아니라면 위임관계)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명확한 답을 내기는 어렵다. 등기임원은 근로자가 아니고 미등기임원은 근로자라고 쉽게 구분하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등기임원 중에도 근로자로 인정된 예도 있고, 미등기임원 중에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인정된 예도 많다.
판례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고(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구체적인 사안에서 담당 업무에 대하여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지, 사업계획 수립, 평가기준 등 전결권을 가지는지,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하는지, 그 처우는 어떠한지, 임원의 수는 전체 근로자 대비 몇 명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이렇게 임원이 근로자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고, 근로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법률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매우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 법률적 이슈가 발생한다.
첫째, 해고이다. 근로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해고되지 않고, 정당한 이유의 기준은 매우 높다. 반면에 위임관계에서 위임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계약 조기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는 별론). 다만 임원은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만료되어 임원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분쟁이 많지는 않은데, 간혹 근로자 + 갱신기대권을 주장하는 분쟁이 있기는 하다.
둘째, 퇴직금이다. 임원이 근로자라면 임원이 되기 전의 근속기간+임원으로서의 근속기간을 합하여 퇴직금을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에서 임원 승진 시 퇴직금을 지급받고, 임원으로서의 재직기간만 별도의 임원퇴직금규정을 통하여 퇴직금 산정에 고려되고 있는데, 임원이 근로자라면 퇴직금을 부당하게 중간정산한 셈이 될 수 있다. 또 근로자의 퇴직급여제도를 변경할 때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임원이 근로자라면 퇴직급여제도를 바꿀 때 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법이 그렇다.
셋째, 취업규칙이다. 임원이 근로자라면, 임원에 대한 규정은 취업규칙이 될 것이고, 이를 변경하려면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회사 인수합병 시 피인수회사의 임원에 대한 규정이 인수회사의 규정보다 더 유리하지만, 인수회사의 규정으로 통일하려고 할 때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넷째, 징계이다. 임원이 근로자가 아니면, 회사와는 위임관계에 있고 규정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이상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는 상정하기 어렵다. 위임에서는 계약의 해지만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임원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상정하여 모든 제도를 운영하면서 임원에 대하여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근거로 징계를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이는 앞뒤가 안맞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임원의 근로자성 관련하여 여러 이슈가 있는데, 현실에서는 많은 기업에서 임원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고, 임원들의 인식 또한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으며, 이를 전제로 많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과거 임원이었던 사람이 임원 재직기간 역시 근로계약기간이었다는 주장을 하며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재직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받았어야 하는데 퇴직금을 덜 받았다고 회사를 고발하는 경우도 있는데(애당초 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러한 분쟁에서 너무 판례의 입장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적용하면 실상과 괴리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VC기획의 고아인 팀장처럼 많은 이들이 기를 쓰고 임원이 되려고 하고, 임원이 되면 기존과 달리 특별한 처우를 받는다는 데 회사의 구성원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많은 혜택을 누리는 대신 임원이 되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상황 하에서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선택을 하였는데, 나중에 입장을 180도 바꿔 실상은 근로자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특히 이러한 분쟁은 재직하고 있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임원에서 물러난 후 사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입장 변경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당사자의 의사와 임원이 되기까지의 실상이 근로자성 판단에 보다 더 고려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