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전환 중간점검, 종합 성적표는 'B+'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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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지난해 신규 발전용량의 80% 차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2009년 기대치 웃돌아
IEA "2020년대 내로 에너지 전환 분기점 나타날 것"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2009년 기대치 웃돌아
IEA "2020년대 내로 에너지 전환 분기점 나타날 것"
올해 고(高)금리로 인해 ESG(환경·책임·지배구조) 투자가 주춤한 가운데 재생 에너지 전환 속도가 당초 예측치보다 빠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의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인해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생 에너지 설비 규모가 확대되면서 재생 에너지 생산단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지만, 과거 전망치에 비해 순조로운 추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튬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다. 친환경 정책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에너지 전환 정책이 순항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들어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약 400기가와트(GW)에 달한다. 지난해 세계 전력 발전량의 4.5%에 육박한다.
북미 지역에서도 태양광 발전 규모가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건설 중인 대규모 태양광 클러스터인 '선 스트림'은 2025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매년 30만 가구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생산한다. 테슬라 4만 대에 들어가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과 맞먹는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인해 친환경 정책에 대한 역풍이 불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 스트림스의 개발사인 롱로드는 지난 24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압테라 인프라스트럭쳐 캐피털로부터 6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재생 에너지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 확산한 배경엔 경제성이 있다. WSJ은 태양광 발전의 경우 2009년 대비 2023년 평균 발전 단가는 9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육상 풍력 발전 비용은 66%가량 줄어들었다. 대규모 설비가 증축되면서 생산 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나타난 결과다. 글로벌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은 이를 두고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은 에너지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파괴적 혁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EA도 2020년대 내로 화석 연료 사용량이 정점을 찍은 뒤 재생 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변화의 분기점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느냐에 따라 재생에너지 시장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지만, 탄소 배출량은 되레 1년 전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재생 에너지 낙관론자 사이에선 재생 에너지가 중국의 전력 생산을 담당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화석 연료는 재생 에너지를 보조하는 보완재 역할에 그칠 것이란 주장이다. 전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석탄 사용량이 늘어났다고 해석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중국의 화석연료 발전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이 시점을 넘어서는 순간 재생에너지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다는 우려가 확산했지만, 내연기관차와의 전환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의 엑서터대는 최근 중국과 유럽에선 전기차(준중형급) 구입 및 유지비용이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 구입 및 유지 비용을 밑돌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생산비용이 내연기관차보다 낮아지고 있어서다.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이 내려간 것도 전기차 확장을 가속할 전망이다. 블룸버그NEF의 연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조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팩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2022년 kWh당 161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원자재 및 부품, 배터리 셀, 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쳐 생산 능력이 크게 개선되며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돌프 길렌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태양광,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이 극적으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전기차 수요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지만, 과거 전망치에 비해 순조로운 추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튬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다. 친환경 정책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에너지 전환 정책이 순항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에너지 전환 중간 점검, 과거 기대치 웃돌아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9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을 토대로 재생 에너지 전환 속도가 당초 예측치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2009년은 세계 75개국이 합심해서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를 창립한 첫해다.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첫발을 내디딘 시점이다. 당초 IEA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비관했다. 재생에너지 생산 단가가 비싸다는 주장이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산업이 발전할 리 없다고 내다봤다. IRE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전력 용량의 80% 이상이 재생 에너지로 이뤄졌다. 화석연료의 확장 속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최근 들어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약 400기가와트(GW)에 달한다. 지난해 세계 전력 발전량의 4.5%에 육박한다.
북미 지역에서도 태양광 발전 규모가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건설 중인 대규모 태양광 클러스터인 '선 스트림'은 2025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매년 30만 가구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생산한다. 테슬라 4만 대에 들어가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과 맞먹는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인해 친환경 정책에 대한 역풍이 불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 스트림스의 개발사인 롱로드는 지난 24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압테라 인프라스트럭쳐 캐피털로부터 6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14년간 재생에너지 생산비용 급감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화석연료가 곧 재생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리치 레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글로벌 회장은 WSJ에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기술 측면에서 재생 에너지 전환에 대한 성과는 과거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다"고 강조했다.재생 에너지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 확산한 배경엔 경제성이 있다. WSJ은 태양광 발전의 경우 2009년 대비 2023년 평균 발전 단가는 9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육상 풍력 발전 비용은 66%가량 줄어들었다. 대규모 설비가 증축되면서 생산 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나타난 결과다. 글로벌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은 이를 두고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은 에너지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파괴적 혁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EA도 2020년대 내로 화석 연료 사용량이 정점을 찍은 뒤 재생 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변화의 분기점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느냐에 따라 재생에너지 시장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지만, 탄소 배출량은 되레 1년 전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재생 에너지 낙관론자 사이에선 재생 에너지가 중국의 전력 생산을 담당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화석 연료는 재생 에너지를 보조하는 보완재 역할에 그칠 것이란 주장이다. 전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석탄 사용량이 늘어났다고 해석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중국의 화석연료 발전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이 시점을 넘어서는 순간 재생에너지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다는 우려가 확산했지만, 내연기관차와의 전환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의 엑서터대는 최근 중국과 유럽에선 전기차(준중형급) 구입 및 유지비용이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 구입 및 유지 비용을 밑돌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생산비용이 내연기관차보다 낮아지고 있어서다.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이 내려간 것도 전기차 확장을 가속할 전망이다. 블룸버그NEF의 연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조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팩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2022년 kWh당 161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원자재 및 부품, 배터리 셀, 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쳐 생산 능력이 크게 개선되며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돌프 길렌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태양광,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이 극적으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