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절차 개선, 하고 싶어도 못해" 법에 발목잡힌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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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결산배당은 '선 투자 후 배당'으로 바뀌었지만
분기·중간배당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묶여 "개선 불가"
개정안 연내 처리 불투명..."사실상 해 넘겨야"
분기·중간배당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묶여 "개선 불가"
개정안 연내 처리 불투명..."사실상 해 넘겨야"
주요 상장사들이 투자자들의 ‘선(先)배당 후(後)투자’를 위해 연간 결산배당 기준일을 연말 대신 내년 3~4월로 바꾸고 있지만 분기·중간 배당기업들은 여전히 배당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중간 배당에 대해 사실상 '선투자 후배당'만 허용한 현행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분기·중간 배당을 하고 있는 국내 상장사 약 60곳은 연내 배당 제도를 개선하지 못할 전망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분기·중간 배당에 대해선 ‘선투자 후배당’만 허용하는 까닭이다. 작년 기준 분기·중간 배당을 한 상장사는 총 68곳이다.
상장사는 결산배당 이외에 1년에 세 차례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다. 상법상 중간배당을 나눠 시행하는 구조다. 상법은 중간배당의 배당일 기준일 등에 대해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은 분기 배당에 대해 3·6·9월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하고, 이로부터 45일 이내에 이사회를 열어 배당액수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당받을 주주 명단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금을 정하라는 얘기다.
이같은 ‘깜깜이 배당’은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투자자가 배당금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는 채로 투자 결정을 하고, 이후 기업의 결정을 그저 수용해야 해서다. 미국 프랑스 등은 기업이 배당액을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잡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 배당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장기 투자 비중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연간 결산배당에 대해선 지난 1월 상법 유권해석을 통해 배당 절차 개선 근거를 마련했다. 법무부는 상법 제354조 제1항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배당 결정)’와 ‘배당을 받을 자(배당금 수령)’를 구별하고 있는 만큼 기업이 의결권기준일인 주주총회일 이후로도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상장사 646개사가 이를 근거로 내년부터 개선된 배당 절차를 적용할 수 있게 정관 등을 바꿨다. 전체 상장사의 약 28.5% 수준이다. 현대차, 기아, CJ, POSCO홀딩스, SK, OCI, 두산, 카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분기·중간 배당 기업은 아직 개선 근거가 없는 상태다. 지난 4월 김희곤 의원 등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분기·중간 배당 절차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계류돼 있다.
국회 안팎에선 이 법안이 다음달 9일까지 열리는 21대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이다. 산업은행법 개정안, 공매도 제도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개정안 등 이목을 끄는 주요 사안이 산적해 있어서다. 사실상 내년 이후에야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부터 자산규모 5000억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배당 절차를 개선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내년엔 총선 정국과 겹쳐 언제 법안이 처리될지도 알 수 없다”며 “현재로선 배당 절차를 바꾸고 싶어도 법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분기·중간 배당을 하고 있는 국내 상장사 약 60곳은 연내 배당 제도를 개선하지 못할 전망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분기·중간 배당에 대해선 ‘선투자 후배당’만 허용하는 까닭이다. 작년 기준 분기·중간 배당을 한 상장사는 총 68곳이다.
상장사는 결산배당 이외에 1년에 세 차례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다. 상법상 중간배당을 나눠 시행하는 구조다. 상법은 중간배당의 배당일 기준일 등에 대해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은 분기 배당에 대해 3·6·9월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하고, 이로부터 45일 이내에 이사회를 열어 배당액수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당받을 주주 명단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금을 정하라는 얘기다.
이같은 ‘깜깜이 배당’은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투자자가 배당금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는 채로 투자 결정을 하고, 이후 기업의 결정을 그저 수용해야 해서다. 미국 프랑스 등은 기업이 배당액을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잡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 배당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장기 투자 비중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연간 결산배당에 대해선 지난 1월 상법 유권해석을 통해 배당 절차 개선 근거를 마련했다. 법무부는 상법 제354조 제1항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배당 결정)’와 ‘배당을 받을 자(배당금 수령)’를 구별하고 있는 만큼 기업이 의결권기준일인 주주총회일 이후로도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상장사 646개사가 이를 근거로 내년부터 개선된 배당 절차를 적용할 수 있게 정관 등을 바꿨다. 전체 상장사의 약 28.5% 수준이다. 현대차, 기아, CJ, POSCO홀딩스, SK, OCI, 두산, 카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분기·중간 배당 기업은 아직 개선 근거가 없는 상태다. 지난 4월 김희곤 의원 등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분기·중간 배당 절차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계류돼 있다.
국회 안팎에선 이 법안이 다음달 9일까지 열리는 21대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이다. 산업은행법 개정안, 공매도 제도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개정안 등 이목을 끄는 주요 사안이 산적해 있어서다. 사실상 내년 이후에야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부터 자산규모 5000억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배당 절차를 개선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내년엔 총선 정국과 겹쳐 언제 법안이 처리될지도 알 수 없다”며 “현재로선 배당 절차를 바꾸고 싶어도 법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