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문화대혁명 시대로 회귀한 中
“지금 중국은 사실상 제2의 문화대혁명을 겪고 있습니다.”

50대 중국인 사업가는 최근 기자와 만나 “평생 이렇게 숨막혔던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촘촘한 사회 통제 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시진핑 3기 체제를 ‘제2의 문혁’이라고 정의한 그는 “(현재 중국 사회는) 세계 초강대국이 되겠다며 인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1970년대 중국과 꼭 닮았다”고 하소연했다. 사회주의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과거 회귀적 성향을 보이는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사회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속으로 끓고 있는 지식인 집단

겉으론 고요하지만 중국 지식인 사회도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학 총장 등 중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인 만찬 자리에 참석했다는 중국 기업인 A씨도 “저녁 자리에 모인 학자 대부분이 그 어떤 비판의 목소리도 허용하지 않는 현재 상황에 대해 불만이 컸다”고 전했다. 그 자리에서 한 인사는 얼마 전 서거한 리커창 전 총리를 언급하며 “그분을 위하여”라고 조용히 건배 제의를 했다고도 했다. 리 전 총리의 장례 절차가 장례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채 초라하게 치러진 것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씨는 “(리 전 총리를 기리는) 건배 제의가 현 체제에 대한 암묵적 항의 표시로 보였다”고 했다.

외국 기자들과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되는 등 중국 지식인들의 언로도 꽉 막혀 있다. 중국 내부의 불만이 외부로 표출되지 못하도록 당국이 가로막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비판해 온 중국의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는 최근 “대학 당국의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다”며 본지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거시경제 분야의 권위자인 또 다른 학자도 “지금 중국의 상황이 그렇다”며 이해를 구했다.

중국의 일방통행식 사회통제에 대한 불만은 지식인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론을 내세우면서 시행한 사교육 금지 정책이 보통 중국인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사교육 금지 정책이 오히려 과외비 상승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일상화된 사회통제 기제

한 중국인 학부모는 “사교육 금지 정책 탓에 과외 단가가 급등해 시간당 700~800위안(12만~14만원)에 달한다”며 “고등학교 진학 시험을 앞두고 자녀에게 족집게 과외를 시키느라 두 달 만에 10만위안(약 180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 시민들의 불만이 당장 분출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당국의 촘촘한 사회통제 기제가 중국인들의 일상적 삶을 옭아매고 있어서다. 대학 교수들은 공산당원이 되길 열망하는 제자들의 고발이 무서워 학과 수업에서도 체제 비판 발언을 조심한다. 5억 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감시카메라는 중국인들의 모든 행동을 추적·관찰하면서 사회 전체를 ‘원형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느 사회에서건 권력 집단이 몇십 년, 몇백 년 뒤 도래할 ‘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시민들의 삶은 무너졌다. 그래서인지 차가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 2023년 베이징의 겨울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진다. 베이징의 봄은 언제 도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