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부 큐알티 대표(왼쪽)가 반도체 신뢰성 평가 작업에 대해 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큐알티 제공
김영부 큐알티 대표(왼쪽)가 반도체 신뢰성 평가 작업에 대해 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큐알티 제공
지난 24일 경기 이천에 있는 중소기업 큐알티(QRT)의 신뢰성랩(시험소). 정전기 방지용 슬리퍼와 가운을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반도체산업이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 가릴 것 없이 각종 반도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검사 장비가 서로 다른 온도, 습도 등 특정 조건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반도체 검사 강자 큐알티, HBM 특수에 '방긋'
김영부 큐알티 대표는 “불황이긴 하지만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기존 제품과 신제품 등 다양한 HBM의 신뢰성 평가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며 “일반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HBM은 품질 및 신뢰성 평가가 까다롭고 부가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화두인 HBM이 확대될수록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HBM은 고성능 컴퓨팅에 최적화된 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큐알티는 김 대표가 SK하이닉스 자회사이던 SK하이이엔지 큐알티사업부를 2014년 인수하며 출범한 기업이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의 품질과 신뢰도를 평가하는 신뢰성 평가 및 종합분석이 핵심 사업이다. 독립 기업으로는 출범 9년차이지만 SK하이닉스 때부터 이어온 업력은 40여 년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북미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세계 최대 SNS 기업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이 모두 고객사다. 북미 스마트폰 제조사의 스마트폰 대상 물리적 충격 검사를 이천 연구소에서 할 뿐 아니라 공동 규격 연구 등을 통한 큐알티의 제안이 스마트폰 시험규격에 반영되는 등 두 회사의 신뢰가 돈독하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사명인 큐알티는 품질(quality), 신뢰성(reliability), 기술(technology)의 앞글자를 땄다”며 “반도체 생태계에 없어선 안 될 이 세 가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신뢰성 평가를 의뢰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동차를 예로 들며 “과거엔 자동차를 타고 안 타고가 편리함에만 영향을 줬다”면서도 “지금은 자율주행 기능이 잘못되면 사람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뢰성 평가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보적인 반도체 신뢰성 평가 기술을 기반 삼아 내년에는 RF(무선주파수) 신호를 받아 증폭시키거나 변환시키는 반도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장비 신사업을 본격화한다. 기존 5·6세대 통신용 및 자동차용 반도체 외에 추가로 방산, 우주항공산업 등에서 RF 칩 수요가 늘면서 큐알티가 개발한 고도화된 신뢰성 평가 장비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연매출의 30%가량을 이 장비가 차지할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큐알티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415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실적은 매출 596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이었다.

이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