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담합으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비싼 가격에 팔아온 대만 업체들을 상대로 9년간 소송전을 벌인 끝에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대만 업체들이 300억원대 배상금을 LG전자에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지혜)는 LG전자가 대만 에이유옵트로닉스와 한스타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면서 “에이유가 291억원, 한스타가 37억9000만원을 LG전자에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소송은 2011년 발생한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카르텔 사건’에서 비롯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해 1월과 10월 TFT-LCD 제조·판매업체들을 상대로 벌인 담합 조사에서 에이유와 한스타 등 국내 10개 기업이 LCD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합의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 기업은 2001년 9월~2006년 12월 매월 한 차례 이상 대만에서 이른바 ‘크리스털 미팅’으로 불리는 양자·다자간 회의를 열어 담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정위는 그해 말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940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기준 공정위가 처리한 국제카르텔 사건 중 사상 최대 과징금이 매겨졌다.

이 사실을 확인한 LG전자는 “담합으로 TV와 모니터 완제품 가격이 올라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받았다”며 2014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담합에 참여한 에이유, 한스타, 치메이이노룩스, 중화픽처튜브스, CPTF옵트로닉스에 실제 거래가격과 담합행위가 없었으면 형성됐을 가격 간 차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중 에이유와 한스타를 뺀 나머지 기업에 대해선 나중에 소를 취하했다.

법원은 LG전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2001~2006년 다자간 회의를 통해 주요 제품의 가격 유지·인상 논의, 최저 목표가격 합의, 선적량 교환 등 공동행위를 했다”며 “제품 공급시장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대만 업체들은 “담합한 기업 중 한 곳인 LG디스플레이의 모회사 LG전자를 피해자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LG디스플레이와 독립된 법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는 LG전자가 담합에서 동일한 행위 주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엔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도 “이번 사건 당사자들과 분쟁 사안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과 관련이 있다”며 일축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