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문회의와 오찬…"'퍼스트 무버' 전략에 맞춰 R&D 체계 개선해야"
"우리 정부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과학…예타 간소화·예산집행 유연화 등 필요"
"세계 연구자들이 한국과 공동연구하고 싶게 해야…과학기술 허브 돼야"
尹 "R&D시스템 문제 누차 지적돼도 이익집단 반대로 개선 안돼"(종합)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연구개발(R&D) 예산 집행과 관련해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들과 한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R&D 체계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서 전환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투자해서 우리 미래의 성장과 번영을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과학기술자문회의가 헌법기관으로서 현행 R&D 시스템의 문제점을 여러 번 지적했음에도 기존 이익집단의 반대로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지금 소위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바뀐다는 것은 과학 분야에서 혁명을 이루는 것"이라며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회계연도 문제, 부처 칸막이, 과학기술 출연 연구기관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 문제 등 여러 제도적 문제점들이 풀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특히 "국정에는 외교·안보도 있고 경제·사회·교육 정책도 있지만, 우리 정부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과학"이라며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인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서 부모가 열심히 벌어 애들 키우고 가르치는 데 쓰는데, 국가도 마찬가지로 과학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 추진했던 '문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다른 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정부가 들어섰을 때 국가의 과학적 진보를 위한 어떤 제도와 정책을 마련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연구자들이 한국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고 싶어 하고 나아가 한국에 와서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적시에 연구가 지원될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간소화하고 또 예산 집행을 유연하게 하며 연구에 필요한 장비 조달이라든지 이런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조달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尹 "R&D시스템 문제 누차 지적돼도 이익집단 반대로 개선 안돼"(종합)
이날 오찬은 1기 위원의 지난 한 해 활동을 치하하고 새로 구성되는 2기 위원들과 R&D 혁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마련됐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로 지난 1년간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 등 총 21건의 심의 및 자문을 했다.

윤 대통령은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김준범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김현정 서강대 물리학 교수·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장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분원장 등 2기 위원 6명에 대해 위촉장을 수여했다.

간담회에는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및 민간위원 20명이 참석했고, 정부 측에서는 추경호 기획재정·이주호 교육·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방문규 산업통상자원·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및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자리했다.

이우일 부의장은 "대통령이 R&D 혁신을 위해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정책 결정을 결심했다"며 "그동안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R&D 시스템을 돌아보고 선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국 원장은 "현재 26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어 예산 운용과 우수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학기술 출연 연구기관은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오찬에는 왕립학회 회원으로 영국 국빈방문 당시 포럼에 참석한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부총장도 민간 위원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부총장이 왕립학회 회원인 것을 진작 알았다면 (찰스 3세 국왕 주최 국빈 만찬 참석자에) 경제수석이라도 빼고 우리 교수님을 넣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이 일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국빈 만찬 당시 비서관들을 뒤로 하고 그 자리에 김빛내리 교수 등 과학자 3명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