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50년 원전 50% 돼야…탈원전 대비 1400조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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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서울대 원자력센터 책임연구원 분석
탈원전 때보다 설비투자비 1400조 절감
전기요금 킬로와트시(㎾h)당 120원 저렴해져
정권교체 후 에너지믹스 첫 제시 의미
탈원전 때보다 설비투자비 1400조 절감
전기요금 킬로와트시(㎾h)당 120원 저렴해져
정권교체 후 에너지믹스 첫 제시 의미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비중을 50%까지 올려야 한다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분석이 나왔다. 2050년 원전 비중을 절반까지 늘릴 경우 ‘탈원전’ 대비 전력설비 투자비는 약 1400조원이 절감되고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120원 저렴해진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는 이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기반으로 제시한 2050년 에너지 믹스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한 계획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나온 의미있는 연구라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을 상향하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에너지믹스 비중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28일 서울대 원자력연구센터에 따르면 이종호 책임연구원은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바람직한 원전·재생에너지 구성비 연구’ 보고서를 내고 2050년 에너지믹스를 원전 40~50%, 재생에너지 30~40%, 수소 기반 유연성 전원(무탄소 가스터빈 등) 20% 내외로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각각 29.6%, 9.0%였다. 두 에너지를 합쳐도 38.6%였다.
하지만 2050년에는 두 전원을 합쳐 약 80%까지 증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이 책임연구원의 분석이다. 작년 발전량의 60%를 책임졌던 화력은 2050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기존 전력수급계획 수립 때 사용하는 심사곡선법으로는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큰 미래 전력계통을 분석하기 어렵다”며 “계절 주간(Weekly) 평균 전력 수요-공급 모형을 개발해 에너지믹스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을 지낸 이 책임연구원은 한수원 내부에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다가 현장으로 좌천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2050년 에너지믹스를 탈원전과 1~5안 등 6개 시나리오로 도출했다. 6개 시나리오 모두 유연성 전원(무탄소 가스터빈 등) 비중을 23.1%로 고정했다.
탈원전 안의 경우 원전 비중이 6.1%, 재생에너지 비중이 70.9%로 설정됐다. 이어 △1안 원전 23.1%, 재생에너지 53.8% △2안 원전 30.8%, 재생에너지 46.1% △3안 원전 38.45%, 재생에너지 38.45 △4안 원전 46.1%, 재생에너지 30.8% △5안 원전 53.8%, 재생에너지 23.1%로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바람직한 에너지믹스를 4안과 5안 사이로 제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원전 비중이 50% 이상이 되면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에는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해 전력계통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했다. 원전 40~50%, 재생에너지 30~40% 수준인 ‘4.5안’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한국전력 데이터를 활용해 원전 비중을 높일수록 전력설비 투자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간헐성 또한 축소돼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도 대폭 감소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의 경우 구름 없는 날 낮시간 일부만 발전하기 때문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놨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ESS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줄어들면 설비투자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원전 시 ESS 설비는 무려 1856GWh가 필요하지만 3안(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동일)에서는 832GWh로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원전 비중이 50%인 4.5안에서는 546.7GWh의 ESS만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탈원전 안의 30% 수준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드는 ESS가 줄어들면서 투자비용 또한 4.5안에서는 1033조원으로 감소(탈원전 시 2457조원)했다. 원전 비중 50%가 되면 탈원전에 비해 설비 투자비용을 1400조원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는 탈원전 안에서 2050년 전기요금을 ㎾h당 268.8원으로 분석했다. 연 발전비용이 338조원에 이르면서 연간 발전비용을 발전량 총합(1537.7 TWh)으로 나눈 발전단가가 최근 3년 평균인 110.2원보다 무려 144% 폭등할 거란 예측이다.
그러나 원전 비중이 하는 3안에서는 요금이 175.3원으로, '4.5안'에서는 146.3원으로 도출됐다. 3안의 경우 발전비용이 연 221조원, 4.5안의 경우 184조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전 비중이 50%에 이르면 144%(탈원전)가 아닌 32%만 전기요금을 올려도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부지 측면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분석했다. 4.5안의 경우 원자력은 84.4GW의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원전이 운영되고 있거나 건설 중인 기존부지(33.7GW)와 최근 취소된 영덕 및 삼척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11.2GW)하면 우선 44.9GW의 부지가 생긴다.
여기에 기존 화력발전소 부지(40.2GW)에 SMR 등 안전성이 대폭 개선된 원전을 건설하면 총 85.1GW 의 원전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책임연구원은 “(2050년을 장기적으로 분석하는 만큼)사용된 기법의 정밀성이나 데이터의 정확성에 한계가 있지만, 경제성이나 계통 안전성의 추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믹스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충분한 연구”라며 “국내 실정에 맞는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수립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보고서를 끝맺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이 연구는 이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기반으로 제시한 2050년 에너지 믹스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한 계획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나온 의미있는 연구라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을 상향하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에너지믹스 비중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원전 40~50%, 재생E 30~40% 바람직”
28일 서울대 원자력연구센터에 따르면 이종호 책임연구원은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바람직한 원전·재생에너지 구성비 연구’ 보고서를 내고 2050년 에너지믹스를 원전 40~50%, 재생에너지 30~40%, 수소 기반 유연성 전원(무탄소 가스터빈 등) 20% 내외로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각각 29.6%, 9.0%였다. 두 에너지를 합쳐도 38.6%였다.
하지만 2050년에는 두 전원을 합쳐 약 80%까지 증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이 책임연구원의 분석이다. 작년 발전량의 60%를 책임졌던 화력은 2050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기존 전력수급계획 수립 때 사용하는 심사곡선법으로는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큰 미래 전력계통을 분석하기 어렵다”며 “계절 주간(Weekly) 평균 전력 수요-공급 모형을 개발해 에너지믹스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을 지낸 이 책임연구원은 한수원 내부에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다가 현장으로 좌천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2050년 에너지믹스를 탈원전과 1~5안 등 6개 시나리오로 도출했다. 6개 시나리오 모두 유연성 전원(무탄소 가스터빈 등) 비중을 23.1%로 고정했다.
탈원전 안의 경우 원전 비중이 6.1%, 재생에너지 비중이 70.9%로 설정됐다. 이어 △1안 원전 23.1%, 재생에너지 53.8% △2안 원전 30.8%, 재생에너지 46.1% △3안 원전 38.45%, 재생에너지 38.45 △4안 원전 46.1%, 재생에너지 30.8% △5안 원전 53.8%, 재생에너지 23.1%로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바람직한 에너지믹스를 4안과 5안 사이로 제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원전 비중이 50% 이상이 되면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에는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해 전력계통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했다. 원전 40~50%, 재생에너지 30~40% 수준인 ‘4.5안’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탈원전 때보다 투자비 1400조원 줄어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한국전력 데이터를 활용해 원전 비중을 높일수록 전력설비 투자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간헐성 또한 축소돼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도 대폭 감소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의 경우 구름 없는 날 낮시간 일부만 발전하기 때문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놨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ESS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줄어들면 설비투자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원전 시 ESS 설비는 무려 1856GWh가 필요하지만 3안(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동일)에서는 832GWh로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원전 비중이 50%인 4.5안에서는 546.7GWh의 ESS만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탈원전 안의 30% 수준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드는 ESS가 줄어들면서 투자비용 또한 4.5안에서는 1033조원으로 감소(탈원전 시 2457조원)했다. 원전 비중 50%가 되면 탈원전에 비해 설비 투자비용을 1400조원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전기요금은 탈원전보다 ㎾h당 122원 싸져
이 책임연구원은 원전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요금 인상폭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ESS 설치 및 유지 비용이 총 발전비용의 최대 42%까지 차지하는데, 이 비용이 줄어들면서 요금도 저렴해진다는 것이다.그는 탈원전 안에서 2050년 전기요금을 ㎾h당 268.8원으로 분석했다. 연 발전비용이 338조원에 이르면서 연간 발전비용을 발전량 총합(1537.7 TWh)으로 나눈 발전단가가 최근 3년 평균인 110.2원보다 무려 144% 폭등할 거란 예측이다.
그러나 원전 비중이 하는 3안에서는 요금이 175.3원으로, '4.5안'에서는 146.3원으로 도출됐다. 3안의 경우 발전비용이 연 221조원, 4.5안의 경우 184조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전 비중이 50%에 이르면 144%(탈원전)가 아닌 32%만 전기요금을 올려도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부지 측면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분석했다. 4.5안의 경우 원자력은 84.4GW의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원전이 운영되고 있거나 건설 중인 기존부지(33.7GW)와 최근 취소된 영덕 및 삼척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11.2GW)하면 우선 44.9GW의 부지가 생긴다.
여기에 기존 화력발전소 부지(40.2GW)에 SMR 등 안전성이 대폭 개선된 원전을 건설하면 총 85.1GW 의 원전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책임연구원은 “(2050년을 장기적으로 분석하는 만큼)사용된 기법의 정밀성이나 데이터의 정확성에 한계가 있지만, 경제성이나 계통 안전성의 추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믹스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충분한 연구”라며 “국내 실정에 맞는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수립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보고서를 끝맺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