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오데사 외곽에 있는 퍼미안 분지의 오일 펌프 모습. 연합뉴스
2018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오데사 외곽에 있는 퍼미안 분지의 오일 펌프 모습. 연합뉴스
미국 셰일오일 개발업체들이 높은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생산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시추방식을 택하고 있다. 셰일오일 열풍 초기보다 매장량이 줄어든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유전지역인) 퍼미안 분지의 재고가 곧 소진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자 일부 기업은 보유한 원유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채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엑슨모빌,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 미국 정유사들은 그간 셰일오일을 채굴할 때 베스트벤치 방식을 선호했다. 베스트벤치 방식은 매장지 한 구간에서 한 개 혹은 소수의 유정에서 셰일오일을 시추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낮은 초기 비용에 비해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지만, 추가 유정을 설치할 때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이들은 베스트벤치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큐브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큐브 방식은 매장지의 여러 층에 복수의 유정을 건설해 한꺼번에 셰일오일을 시추하는 방법이다. 한 면이 9칸으로 나뉜 큐브처럼 매장지를 나눠 유정을 짓기 때문에 큐브 방식으로 불린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만 원유를 남김없이 시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각 패드를 너무 가깝게 배치하면 시추량이 급감할 수 있다.
매장지를 여러 층으로 나눠 복수의 유정 패드를 건설하는 '큐브 방식'에 대한 모형도. 엑슨오일
매장지를 여러 층으로 나눠 복수의 유정 패드를 건설하는 '큐브 방식'에 대한 모형도. 엑슨오일
엑슨모빌은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에서 "큐브 개발 방식은 텍사스주 마틴 카운티에서 베스트벤치 방식을 사용하는 경쟁사에 비해 순 현재 가치가 30~50% 더 높다"고 밝혔다. 엑슨모빌은 셰일오일 개발기업 파이오니어를 인수하면서도 "(엑슨모빌의) 자체 큐브 시추 방식을 적용해 더 많은 탄화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19년부터 베스트벤치에서 큐브로 시추 방식을 전환한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이달 투자자 설명회에서 프로젝트 당 평균 유정 갯수가 2015년 3개에서 2019년 10개, 현재 약 24개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에너지 연구기업 엔베루스의 스테픈 사그리프 수석부사장은 "지난 몇년 간 퍼미안 분지 전체 개발의 약 60%가 큐브식 개발로 이뤄졌다"며 "대체로 큐브 개발이 벤치퍼스트보다 총 석유 회수량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WSJ는 "셰일오일 개발업체 중 일부가 자본이 많이 들고 다소 위험한 시추 방식을 추구한다는 것은 셰일층에 남은 분유정에 대한 확신이 적고, 투자자의 인내심에 대한 확신이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