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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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4 회계감사·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와 KPMG가 임직원들에게 "홍콩 출장을 갈 때는 선불폰을 쓰고 버려라"는 권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강화해 홍콩 체류 외국인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딜로이트와 KPMG가 미국 경영진에게 중국과 홍콩 출장을 갈 때에는 일회용 선불폰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내 지침은 원래는 중국 출장에만 적용되던 규정이었지만, 최근 홍콩 출장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그대로 갖고 입국할 경우 해킹과 고객 데이터 유출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다. 맥킨지 직원들도 중국 및 홍콩 출장 시 별도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컨설팅사의 일부 고위 임원들은 이 같은 불편함 때문에 아예 홍콩 출장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층 더 엄격해진 지침은 민감한 프로젝트와 연관되지 않은 하위 직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FT는 "중국 본토 방문 시 별도의 휴대전화를 지참해야 한다는 정책은 이미 항공우주, 반도체 업종에서는 수년 전부터 적용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태평양 본사가 있는 홍콩을 방문하는 직원들에게도 해당 요청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고 전했다.

중국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발효했다. 외국 세력과의 결탁,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하는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통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고, 홍콩 행정부는 친(親)중국 성향을 띠게 됐다. 이로 인해 미국은 홍콩에 부여했던 최혜국 교역상대국 대우를 박탈했다. 이후에도 중국은 반(反)간첩법, 데이터보안법 등을 통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로펌 퍼킨스코이의 베이징 주재 파트너 제임스 짐머맨은 "중국이 보안법을 강화하면서 이제는 홍콩도 방문할 때 주의가 필요한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컨설팅업계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이 고객 데이터를 탈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