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  /사진=한경DB
안젤리나 졸리 /사진=한경DB
"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꼭 자신을 돌보길 바랍니다. 유방 전용 X선 촬영,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를 꼭 받으세요."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지난 5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억하며 한 말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돌연변이(BRCA1)'를 가져 2013년 예방적 차원에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유방암은 그리 먼 질병이 아니다. 국내 유방암 발생률은 매년 증가해 2020년 기준 2만4806명의 환자가 발생, 전체 여성 암 중 1위로 등극했다. 특히 여성 암 중 2번째로 환자가 많은 갑상선암 2만1722명보다 3000여명 많고, 1만1392명으로 3번째인 대장암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유방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전체 5년 생존율은 1993~95년(발생 기간 기준) 기준 79.2%이던 것이 2016~2020년 사이 93.8%로 급증했다. 유방암은 5대 암 기준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암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 생존율이 높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의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방암은 병기와 전이 정도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방암 초기인 암세포가 유방에 국한돼 나타날 경우(유방암 병기 1~2기) 5년 생존율은 95%로 높다. 하지만 3기인 경우 75%, 암이 유방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땐 생존율이 44.5%로 떨어진다. 암이 진행됨에 따라서 생존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유방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주요 유발 요인으로 여성호르몬의 노출 기간, 가족력, 연령, 비만, 영양상태 등이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가진 BRCA1, 2 등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60% 이상 유방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방암 발병에 대한 위험요인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으나 발병 원인을 확실히 밝히는 것은 현 단계에는 완벽하지 않다.

유방암은 의심 증상을 토대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존율을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어서다. 젖꼭지에서 피가 나오거나, 겨드랑이 림프절이 커져서 만져지는 경우, 유두나 일정 부위의 피부가 함몰되거나 유방이 딱딱해지고 심할 경우 궤양이 발생하면 유방암을 의심해야 볼 필요가 있다.

단순 증상만으로 모든 유방암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40세 이후 여성이라면 1년에 한 번 유방촬영술 혹은 고해상도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의료진들은 권고한다.

박흥규 가천대 길병원 여성암센터 교수는 "유방암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으로는 가슴에서 혹 또는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이라며 "혹이 가슴에서 쉽게 만져질 정도면 이미 암 조직이 꽤 자라난 경우이다. 초기 단계의 작은, 미세한 암은 잘 만져지지 않는다. 따라서 일정한 주기의 자가검진이나 유방촬영술 검사로 일차적 진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방암 치료는 대부분 여성의 상징이기도 한 가슴을 절제한다는 점에서 환자가 받는 심리적 타격이 크다. 젊은 여성일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며 "따라서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심리 지원과 유방복원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방암 환자를 위한 정서적인 지지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최신의 의료 기술로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인 특히 가족들의 지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