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랄랄이 방문한 오사카의 한 호스트 클럽.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랄랄 유튜브
유튜버 랄랄이 방문한 오사카의 한 호스트 클럽.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랄랄 유튜브
일본의 20대 여성이 호스트에 마음을 빼앗겨 영업실적을 올려주려다가 막대한 빚을 지고 성매매까지 하게 된 사연이 공개됐다.

28일 아사히 신문은 18살 때 처음 호스트 클럽에 방문했다는 여성 A(20)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부모의 애정을 모르고 자란 터라 "귀여워", "좋아해" 등 자신에게 다정한 말을 해주는 호스트를 만나면 마음의 빈 구멍이 메워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몇천엔이면 되는 첫 방문 요금을 이용해 수많은 호스트클럽을 전전하던 A 씨는 지난해 가을 한 호스트에게 마음을 품게 됐다. A 씨는 그를 만나려고 매일같이 호스트클럽에 다녔고, 영업이 끝나면 둘이서 2차를 갔다. 호스트는 "가게 밖에서 만나는 건 너뿐"이라며 "장래엔 둘이서 가게를 하자"며 유혹했다고.

A 씨는 호스트클럽에서 샴페인을 한 번 터뜨릴 때마다 10~20만엔(한화 87~174만원)을 지불했고 정신을 차렸을 땐 160만엔(약 1396만 원)의 빚을 안고 있었다. 빚을 변제하지 못한 A 씨는 PC방을 전전하다 원조교제와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최근 가부키초 인근 사회단체를 찾아 변호사와 상담하며 새 삶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를 도운 단체 관계자는 이 신문에 "지난해 성인 연령 기준이 개정됐고 올해 코로나19 규제가 사라져 번화가가 북적이면서 10~20대 자녀를 둔 보호자들의 상담이 늘었다"며 "약 300건의 상담 중 대부분 외상에 따른 성매매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과거부터 영업을 해왔던 호스트클럽이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까닭은 일본 민법상 성인 연령 기준이 지난해 4월부터 기존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도쿄 도심 내 오쿠보(大久保) 공원은 호스트 클럽의 마수에 걸려 빚에 허덕이다 성매매에 몰린 여성들의 거점으로 알려졌다. 최근 석 달 동안 오쿠보 공원 주변에서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91명 중 40%가 '호스트 클럽 등에 다니기 위해서'라고 밝혔다고 일본 경시청은 전했다.

쓰유키 야스히로 경찰청장은 지난 27일 호스트클럽이 밀집한 유흥가인 가부키초(歌舞伎町) 거리, 오쿠보 공원 등을 시찰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쓰유키 청장은 "악질 호스트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면서 "모든 법령을 동원해 단속할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악질 호스트클럽 피해 대책 추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정부는 악질 호스트 클럽에 대한 단속과 상담체제 강화 등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