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랐다"…'수조원 손실' H지수 ELS '피해 배상' 가능할까 [금융당국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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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ELS, H지수 평균 1만44일때 대량 발행
11월 말 5960선 초반 횡보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기정사실 가까워
손실 현실화 가능성에 '불완전판매' 쟁점 부상
"비슷한 파생상품 투자 전력 등 따질 전망"
11월 말 5960선 초반 횡보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기정사실 가까워
손실 현실화 가능성에 '불완전판매' 쟁점 부상
"비슷한 파생상품 투자 전력 등 따질 전망"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수조원대 손실 위험에 처하자 은행 등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H지수가 600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내년 상반기 내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낼 수 있어서다. 당국이 불완전판매 발생을 인정하면 투자자들의 원금 보전 가능성이 열리는 가운데 각 투자자들의 ELS 등 파생상품 투자 전력이 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다음달 1일까지 각 증권사 서면 검사를 완료해 추가 현장 검사 필요성 등을 따질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면 검사 완료 시기나 이후 조치 등은 현재로선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불완전판매 점검이 은행에 현장조사가 먼저 집중된 이유로 보고 있다. ELS는 증권사가 발행·판매하고, 은행은 ELS를 담은 신탁(ELT) 상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다. 이때문에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는 각 사 모바일 앱 등 온라인 채널에서 많이 팔린다. 프라이빗뱅커(PB)도 있지만 앱을 통하면 똑같은 ELS 상품에 대해서도 수수료 할인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반면 ELS ‘직판 채널’을 낼 수 없는 은행은 창구를 통한 대면 판매 비중이 훨씬 높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온라인 판매 과정에서는 사실상 금융사 직원의 권유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H지수 투자자 일부는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불완전판매 피해 민원을 비롯한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수형 ELS는 한 번도 원금 손실이 난 적이 없다’는 등 과장된 설명을 들었거나 △ELS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유형이 나오도록 창구 직원 등이 불러주는 대로 투자자 유형 정보를 입력했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ELS 가입자 대부분이 과거 ELS에 가입해 수익을 낸 기경험 투자자”라며 “이들이 저금리 시기에 예금보다 ELS 상품을 선호했기 때문에 상품이 그만큼 많이 판매됐다”고 말했다. 앞서 ELS에 투자해본 이들은 수익·손실구조를 알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금감원 관계자는 “각 사례를 들여다보면 불완전판매 피해 ‘코스프레(흉내내기)’가 의심되는 경우도 상당수 나온다”며 “앞서 파생상품으로 수차례 투자 이익을 본 고령자가 앞뒤 맥락을 잘라 ‘고령자라서 당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당국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질 때 투자자의 투자 이력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아직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질 단계는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2020년 이후 발행된 H지수 ELS 대부분이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만큼 손실 발생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이 발생한 후에 불완전판매 등에 관한 후속 조치를 하는 것이 절차에 맞다”고 말했다.
2015년에도 H지수 ELS는 줄줄이 녹인(원금 손실) 구간에 도달했다. 2015년 4월 1만4000을 넘겼던 H지수가 불과 9개월 만인 2016년 2월 7500선까지 급락해서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 투자자들에 대해 빚투(빚내서 투자)를 규제한데다 중국 경제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H지수가 곤두박질친 영향이다.
당시 총 37조원 규모 ELS 중 4조원어치가 녹인 구간에 접어들었지만 실제 만기 시점에 원금 손실을 본 ELS는 소수에 그쳤다. H지수가 2017년 말엔 1만1000선, 2018년 초엔 1만3000선까지 반등하면서 상당수 ELS는 이자 수익을 더해 만기 상환됐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분위기다. 녹인형 H지수는 대부분 설정·가입 당시 기초자산 기준의 45~65%를 녹인 구간으로 잡는다. 만기 때까지 조기상환 배리어에 도달하지 못한 채 녹인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면 주가 하락 폭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풀려 있는 H지수 ELS 대부분은 2021년 중 발행됐다. 2021년 H지수 평균은 1만44였다. 반면 이날 H지수는 5960선 초반에서 횡보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규모 원금 손실을 피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 H지수가 8000포인트 정도는 올라야한다”며 “현재 글로벌 시장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김보형 기자 always@hankyung.com
금감원, 7개 증권사 대상 서면검사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증권사 7개사에 대해 서면검사를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규모 상위 5개사를 비롯해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대상이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테일 영업이 활발한 증권사들을 위주로 검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금감원은 다음달 1일까지 각 증권사 서면 검사를 완료해 추가 현장 검사 필요성 등을 따질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면 검사 완료 시기나 이후 조치 등은 현재로선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쟁점…일부 은행은 현장조사
금감원은 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에 대해선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 중 일부도 현장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렸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도 따진다.금융투자업계에선 불완전판매 점검이 은행에 현장조사가 먼저 집중된 이유로 보고 있다. ELS는 증권사가 발행·판매하고, 은행은 ELS를 담은 신탁(ELT) 상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다. 이때문에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는 각 사 모바일 앱 등 온라인 채널에서 많이 팔린다. 프라이빗뱅커(PB)도 있지만 앱을 통하면 똑같은 ELS 상품에 대해서도 수수료 할인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반면 ELS ‘직판 채널’을 낼 수 없는 은행은 창구를 통한 대면 판매 비중이 훨씬 높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온라인 판매 과정에서는 사실상 금융사 직원의 권유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 'ELS? 나는 몰랐다' 민원 잇달아
당국이 은행 등의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인정하면 각 투자자들은 상품에 투자한 원금 전액이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 수도 있다. 선례가 있어서다. 금감원은 2021년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에 대해 투자자에게 주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으니 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분쟁 조정안을 내놨다. 2019년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한 고령의 치매환자 등에 대해 투자 손실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정도 나왔다.H지수 투자자 일부는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불완전판매 피해 민원을 비롯한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수형 ELS는 한 번도 원금 손실이 난 적이 없다’는 등 과장된 설명을 들었거나 △ELS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유형이 나오도록 창구 직원 등이 불러주는 대로 투자자 유형 정보를 입력했다는 입장이다.
"ELS 투자 전력 있나" 관건
금융투자업계와 당국 안팎에선 ELS를 비롯한 파생상품 투자 경험 여부가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지는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상품에 가입한 전력이 있을 경우 불완전판매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ELS 가입자 대부분이 과거 ELS에 가입해 수익을 낸 기경험 투자자”라며 “이들이 저금리 시기에 예금보다 ELS 상품을 선호했기 때문에 상품이 그만큼 많이 판매됐다”고 말했다. 앞서 ELS에 투자해본 이들은 수익·손실구조를 알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금감원 관계자는 “각 사례를 들여다보면 불완전판매 피해 ‘코스프레(흉내내기)’가 의심되는 경우도 상당수 나온다”며 “앞서 파생상품으로 수차례 투자 이익을 본 고령자가 앞뒤 맥락을 잘라 ‘고령자라서 당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당국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질 때 투자자의 투자 이력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아직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질 단계는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2020년 이후 발행된 H지수 ELS 대부분이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만큼 손실 발생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이 발생한 후에 불완전판매 등에 관한 후속 조치를 하는 것이 절차에 맞다”고 말했다.
2015년 'H지수 사태'와는 달라…"사실상 손실 불가피"
하지만 금투업계에선 올해와 내년 H지수 ELS 사태는 앞선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지수가 막판 반등한 예전과 달리 올해는 반년안에 지수가 수천포인트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서다.2015년에도 H지수 ELS는 줄줄이 녹인(원금 손실) 구간에 도달했다. 2015년 4월 1만4000을 넘겼던 H지수가 불과 9개월 만인 2016년 2월 7500선까지 급락해서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 투자자들에 대해 빚투(빚내서 투자)를 규제한데다 중국 경제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H지수가 곤두박질친 영향이다.
당시 총 37조원 규모 ELS 중 4조원어치가 녹인 구간에 접어들었지만 실제 만기 시점에 원금 손실을 본 ELS는 소수에 그쳤다. H지수가 2017년 말엔 1만1000선, 2018년 초엔 1만3000선까지 반등하면서 상당수 ELS는 이자 수익을 더해 만기 상환됐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분위기다. 녹인형 H지수는 대부분 설정·가입 당시 기초자산 기준의 45~65%를 녹인 구간으로 잡는다. 만기 때까지 조기상환 배리어에 도달하지 못한 채 녹인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면 주가 하락 폭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풀려 있는 H지수 ELS 대부분은 2021년 중 발행됐다. 2021년 H지수 평균은 1만44였다. 반면 이날 H지수는 5960선 초반에서 횡보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규모 원금 손실을 피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 H지수가 8000포인트 정도는 올라야한다”며 “현재 글로벌 시장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김보형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