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가보지 않은 길' 美·유럽 통화정책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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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의 새 균형점 찾는 과정
예측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점철
중앙銀 자산 감축 관심 덜 받지만
경제 파급효과 금리 인상과 유사
계속 주시하며 금융 불안 대비를
김준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예측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점철
중앙銀 자산 감축 관심 덜 받지만
경제 파급효과 금리 인상과 유사
계속 주시하며 금융 불안 대비를
김준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얼마 전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3.2% 상승에 그쳤다. 9월 상승률은 물론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았다. 이런 인플레이션 하락세에 대해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채 가격 상승으로 화답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기조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주요 선진국의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 기조가 2021년 글로벌 인플레 확산을 계기로 정상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통화정책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도 거시금융 안정을 위한 대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이 당장은 Fed의 기준금리와 제롬 파월 의장의 말에 집중되고 있지만 조금 긴 시야에서 본다면 궁극적인 관심은 ‘통화정책 정상화의 끝이 언제이고 어떤 모습일까’라는 것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정상화의 종착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야만 순탄한 정상화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거시경제와 금융의 안정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은 기준금리와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를 장기균형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균형 금리 수준과 자산 규모를 추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특히 세계 경제 파편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국제 자본 이동 감소,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기후변화 대응 등 장기균형 금리와 자산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 구조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신뢰도 높은 추정을 가로막고 있다.
금리의 경우 학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용 면에서는 통화정책 기조 판단 기준인 실질중립금리 추세와 물가 목표 상향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실질금리 하락세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상승세로 반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것이 양적 긴축(QT)으로 일컬어지는 중앙은행의 자산 감축이다. 대차대조표상 Fed의 자산 규모는 2007년 9000억달러에서 2022년 8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마찬가지로 통화정책자산(monetary policy asset)이 2007년 9000억유로에서 2022년 7조유로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 상태다.
중앙은행의 자산 감축은 시중 유동성을 환수하는 조치이므로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도 금리 인상과 비슷하다. 이에 더해 민간부문의 금융 리스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Fed가 보유한 장기국채를 매각하면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민간 투자자들의 장기자산 보유가 늘면서 과도한 기간위험(duration risk)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산 감축 계획이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사전에 투명하게 공유되고 실제로 집행돼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Fed가 공표한 자산 감축의 기본원칙과 규모에 따르면 향후 매년 최대 1조2600억달러 규모의 자산 감축이 가능하다. ECB의 경우 통화정책자산을 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3조유로 이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자산 감축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자산 감축 효과가 금리 인상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과도한 금융긴축이나 금융위험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산 감축 과정 전반에 걸쳐 축소 규모와 속도가 기준금리 조정과 세밀하게 조율돼야 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해야 하는 기준금리와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과 사전에 공표한 계획대로 자산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면 중앙은행발 금융 불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13년 벤 버냉키 Fed 총재의 원론적인 자산 감축 발언이 신흥국에 금융 발작(tantrum)을 부른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책당국과 금융시장 참여자의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주요 선진국의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 기조가 2021년 글로벌 인플레 확산을 계기로 정상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통화정책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도 거시금융 안정을 위한 대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이 당장은 Fed의 기준금리와 제롬 파월 의장의 말에 집중되고 있지만 조금 긴 시야에서 본다면 궁극적인 관심은 ‘통화정책 정상화의 끝이 언제이고 어떤 모습일까’라는 것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정상화의 종착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야만 순탄한 정상화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거시경제와 금융의 안정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은 기준금리와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를 장기균형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균형 금리 수준과 자산 규모를 추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특히 세계 경제 파편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국제 자본 이동 감소,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기후변화 대응 등 장기균형 금리와 자산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 구조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신뢰도 높은 추정을 가로막고 있다.
금리의 경우 학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용 면에서는 통화정책 기조 판단 기준인 실질중립금리 추세와 물가 목표 상향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실질금리 하락세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상승세로 반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것이 양적 긴축(QT)으로 일컬어지는 중앙은행의 자산 감축이다. 대차대조표상 Fed의 자산 규모는 2007년 9000억달러에서 2022년 8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마찬가지로 통화정책자산(monetary policy asset)이 2007년 9000억유로에서 2022년 7조유로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 상태다.
중앙은행의 자산 감축은 시중 유동성을 환수하는 조치이므로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도 금리 인상과 비슷하다. 이에 더해 민간부문의 금융 리스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Fed가 보유한 장기국채를 매각하면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민간 투자자들의 장기자산 보유가 늘면서 과도한 기간위험(duration risk)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산 감축 계획이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사전에 투명하게 공유되고 실제로 집행돼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Fed가 공표한 자산 감축의 기본원칙과 규모에 따르면 향후 매년 최대 1조2600억달러 규모의 자산 감축이 가능하다. ECB의 경우 통화정책자산을 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3조유로 이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자산 감축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자산 감축 효과가 금리 인상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과도한 금융긴축이나 금융위험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산 감축 과정 전반에 걸쳐 축소 규모와 속도가 기준금리 조정과 세밀하게 조율돼야 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해야 하는 기준금리와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과 사전에 공표한 계획대로 자산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면 중앙은행발 금융 불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13년 벤 버냉키 Fed 총재의 원론적인 자산 감축 발언이 신흥국에 금융 발작(tantrum)을 부른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책당국과 금융시장 참여자의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