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호화생활' 유튜버?
고액 세금 체납자에게 국세청이 칼을 뽑았다. 재산 추적조사 대상자는 562명, 이들의 은닉 수법도 다양했다. ‘특수관계인’ 명의로 재산 빼돌리기는 기본이다. 비영리법인이 동원되고 가상자산으로 감춘다. 은밀한 공간의 현금다발 같은 장면은 이제 구식이다.

‘고소득·전문직’에서 세금 체납자가 많다. 유튜버·BJ(인터넷 방송인)·인플루언스 등 1인 미디어 운영자가 이 그룹에 많이 포함된 게 주목된다. 초등학생의 꿈이 연예인에서 유튜버로 바뀐 지 한참 됐으니 놀랄 일도 못 된다.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한 소수 유튜버는 놀랄 만큼 많이 번다. 광고 수익이 매달 수천만원인데 세금을 회피하다 조사 리스트에 오른 경우도 있다. 말이 1인 미디어지 다수의 스태프를 두고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치열한 노력으로 수입을 높이는 것에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국세청이 ‘신종 고소득 및 전문직 종사 체납자’라고 적시한 직업군에서 한의사·약사·법무사보다 앞쪽에 1인 미디어 운영자 트리오가 명시된 것을 보면 인기 직업이 된 것도 확실해 보인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1인 미디어 사업자는 급증하고 있다. 2019년 2776명에서 2021년 3만4219명으로 2년 새 12배나 늘었다. 수입금도 이 기간 875억원에서 8589억원으로 뛰었다. 그렇다면 세금 납부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 세금 납부를 회피하니 국세청의 쇠주먹을 맞는 것이다.

국세청 발표에서 아쉬운 것도 있다. ‘호화생활 영위자’라는 대목이다. 성실납세자의 공분도 이해되고, 국세청이 고난도의 징세 업무를 수행한다는 측면에도 공감이 간다. 그래도 호화생활 자체가 죄라는 것은 대한민국 어느 법에도 없다. 민주적 행정 개념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관광·여행, 외식·호텔의 소비자나 고급 승용차와 하이엔드 전자기기 구매자를 호화생활자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골프장도 명품백 판매업도 어엿한 우리 산업계의 한 축이고, 내수 활성화 차원에선 의미 있는 산업이다. 한때 사치재 개념에서 중과세한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는 크게 줄었다. 때로는 ‘힘 있는 기관’이 힘을 좀 빼고 ‘쿨하게’ 가는 것도 좋은 행정이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