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재…군의관이 당직의사"

지난 5월 경기 의왕의 한 요양병원에서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동료 환자에 의한 살인 사건으로 경찰 수사 결과 결론 난 가운데 피해 유족이 병원 측에 대해서도 환자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형사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28일 경기 의왕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자 유족은 모 요양병원 당시 병원장 A씨와 담당 의사 B씨, 당직 의사 C(군의관)씨, 그리고 간호사와 간병인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지난 5월 19일 고소했다.

의왕 요양병원 살인사건 유족, 업무상 과실치사로 병원 고소
유족은 같은 달 7일 새벽, 이 요양병원에서 어머니 D(82)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병원장인 A씨 등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유족은 병원 측이 환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펴봐야 함에도 사건 당시 병실 확인(라운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가 있다고 고소장에 적시했다.

아울러 담당 의사 B씨와 관련, D씨가 침상이 아닌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고, 목 뒷부분을 포함한 상반신에 멍이 들어있던 점, 이미 사후강직이 진행됐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사고 내지 외인사를 의심했어야 하나, B씨가 사망진단서의 원인란에 '상세 불명의 내인사', 사망의 종류란에 '병사'로 기재함으로써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건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D씨의 사인에 관해 '경부압박질식사(목 졸림사)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회신했고, 같은 달 말 부검감정서를 통해서도 동일한 의견을 유지했다.

유족은 또 민간 병원에서 의료행위가 불가능한 군의관 신분인 C씨가 사건 당시 당직 의사로 근무하고 있던 점을 지적하면서, 병원 측이 군의관을 채용한 것은 병원 운영에 있어 중대한 공백 내지 소홀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군인인 C씨의 의료 행위가 불법인 것으로 보고, 군에 통보한 상태이다.

유족은 1차 고소에 이어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병원 내 또 다른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를 최근까지 이어가며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6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D씨의 옆자리 환자 E(78·여)씨가 D씨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지난 20일 E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병실 쪽을 비추는 복도 CCTV 분석 결과 D씨의 침상이 있던 CCTV 사각지대에는 D씨와 E씨 단 두 사람만이 있었으며, E씨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D씨 쪽으로 접근한 정황은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와 함께 국과수의 부검감정서를 받은 후 E씨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법의학자 의견 등을 종합해 E씨에 의한 살인 사건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다만 E씨가 고령이고 치료 중인 점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E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왕 요양병원 살인사건 유족, 업무상 과실치사로 병원 고소
유족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피해자는 사망 직전까지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생의 의지가 강했고, 오히려 자식들의 건강을 챙겼다"며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유족들은 하루도 편히 잠을 못 잘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크다.

잘못한 사람이 마땅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성토했다.

경찰 관계자는 "D씨 사망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종결지은 만큼, 유족이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업무상 과실치사 등 고소 사건에 대한 후속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병원 측에 사건 당시 주기적인 라운딩 실시 여부·사망진단서 작성 경위·군의관 채용 이유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병원 측은 "고소·고발을 당해 수사 중인 관계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며 "사건과 관련된 일체 언급은 삼가는 게 좋겠다는 법률대리인의 의견이 있어 이에 따르려고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