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고금리와 연이은 전쟁 발발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던 2023년도 이제 한 달 남짓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의식한 각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증가는 고용과 물가를 지탱하는 지지대 역할을 했고,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는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별로 바뀐 것이 없습니다. 2024년 제약·바이오 흐름을 전망하고 투자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금리의 예상 경로와 빅파마를 중심으로 한 기술 동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금리가 제약·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특히 중소형 바이오텍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업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금리 상승은 신약 개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매출이 없는 벤처기업이 신규 투자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러한 점을 미뤄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컨센서스는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합니다.

미국 투자자들의 예상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2분기 말입니다. 아직 확률이 높지 않고 내년 말까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내년 중반부터 네차례에 걸쳐 연간 약 1% 인하할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늦어도 올해 말에는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약 6개월 후퇴한 것입니다. 생각보다 미국의 고용과 소비가 견조해 물가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석유 유관지역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금리인하 지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쟁이 두 개나 지속되고 있어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희망 섞인 전망을 하자면 높은 금리 지속 여파에 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침체가 나타나면서 내년 2분기에는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단 것입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피봇(금리정점통과) 약 6개월 전부터 주가에 선반영된다는 점에서 연말은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다음으로는 빅파마가 주도하는 기술 개발 동향을 점검해 봐야 합니다. 2023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나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기술 동향과 올해 인수합병(M&A) 현황에서 2024년 바이오 기술 동향의 흐름을 간파해야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모달리티는 항체약물결합체(ADC)입니다.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암을 정밀 타격하는 기술로, ADC치료제 엔허투(Enhertu)가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 폭발적인 성장의 계기가 됐습니다. 올해 라이선싱 계약의 70%가 ADC 분야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업계의 관심이 높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미국 머크(MSD)는 엔허투를 개발한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와 계약금 45억달러와 단기 마일스톤 15억달러 등을 포함한 총 계약금 220억달러의 면역관문억제제, ADC 병용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메가 블록버스터 키트루다와 ADC 병용요법으로 난치성 암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거둬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입니다.

빅파마와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블록버스터의 특허 만료에 대한 대응 전략입니다. 2029년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절벽을 방어하기 위해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즉, 독점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제형 변경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맥주사형을 환자에게 편리성이 뛰어난 피하주사형으로 제형을 변경해 현재 정맥주사형 블록버스터의 독점권을 피하주사형으로 연장하겠다는 겁니다.

오는 12월에 시장이 주목하는 가장 큰 이벤트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 '엑사셀'(exa-cel)의 겸상적혈구병(SCD)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심사 결정기일(12월 8일)입니다. 엑사셀은 혁신적인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반 사상 첫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나스닥 상장 기업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버텍스(Vertex)가 협업해 개발했습니다. 엑사셀이 FDA의 승인을 받는다면 글로벌 바이오 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2024년 3월 말에는 FDA가 엑사셀의 다른 적응증인 베타 지중해빈혈증(TDT) 치료제의 신약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엑사셀의 이벤트가 내년 3월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단 얘기입니다.

내년을 주도할 빅파마의 관심 분야는 ADC와 제형 변경 기술로 요약됩니다. 만일 엑사셀이 승인되면 핵산치료제에 대한 빅파마의 관심도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가 예상대로 2024년 2분기 말부터 점차 낮아진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는 제약·바이오 투자에 좋은 환경을 마련될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여전히 위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꾸준히 기술 수출 성과를 보이면서 뚜렷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바이오 주식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