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커머스 플랫폼 파페치가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계획 중이라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며 기업가치가 90% 이상 떨어져서다. 보도 이후 파페치 주가는 23% 급등했다.

28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파페치 창립자인 호세 네베스 파페치 최고경영자(CEO)가 알리바바 및 리치몬트그룹 등 주요 투자자 및 주주들과 파페치 상장폐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네베스는 파페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으로,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의 77%를 보유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파페치는 글로벌 1위 명품 커머스 플랫폼이다. 포르투칼 출신 기업인인 네베스가 2008년 영국 런던에서 론칭했으며 현재 190여개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버버리, 구찌 등 50여개국 1400여개의 명품 및 럭셔리 브랜드 제품들을 연결해준다. 병행수입이나 구매대행에 그치는 다수 명품 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상당수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가품 이슈를 차단하는 전략을 썼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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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치는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명품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확산,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을 겪으며 지난해부터 주가가 고꾸라졌다. 보도 전일인 27일 주가(1.71달러)는 2021년 고점(73.35달러) 대비 97.7% 떨어졌다.

지난 8월 발표한 2분기 실적과 실적 가이던스도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2분기 파페치 매출은 5억7209만달러로 전년 동기(5억7935만달러) 대비 1.2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9.26% 줄었다. 연간 총거래액(GMV) 전망치는 1분기 49억달러에서 44억달러로 10.2% 낮췄다. 당시 경영진은 “예상만큼 경기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후 월스트리트에서 파페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는 더 떨어졌다. 더그 안무스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는 파페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매수)’에서 ‘중립(보류)’으로 하향했다. 목표주가는 15달러에서 6달러로 낮춰잡았다. 키뱅크의 노아 자츠킨 애널리스트도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매수)’에서 ‘섹터 비중(보류)’으로 하향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리치몬트도 파페치 상장폐지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와 리치몬트는 2020년 파페치에 각각 2억3600만파운드(약 3800억원)를 투자하고, 파페치의 중국 자회사 지분을 25%씩 각 2억5000만달러에 사들이며 주요 투자자로 등극했다.

텔레그래프는 파페치의 상장 폐지 계획이 곧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페치는 29일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날 돌연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9일 예정됐던 컨퍼런스콜도 취소했다. 파페치는 “현재로서는 어떠한 가이던스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가이던스도 신뢰하면 안 된다”고 공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