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년차 김해숙,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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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 강남순' 이어 '3일의 휴가'까지
"아이돌 스케줄 소화…몸 2개면 좋겠어요"
"엄마 역, 사명감 느껴…연기 열정 장난 아냐"
"아이돌 스케줄 소화…몸 2개면 좋겠어요"
"엄마 역, 사명감 느껴…연기 열정 장난 아냐"
"국민 엄마요? 집에선 100점짜리 엄마가 아닌데…하하. 국민 엄마란 호칭을 처음 들었을 땐 되게 부담스럽고 죄송스러웠어요. 한편으로 배우로서 엄마의 모든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자신을 응원했고요. 아무나 국민 엄마 하는 거 아니잖아요.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3일의 휴가'는 김해숙이 도전한 또 다른 결의 엄마다. 이번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자 역을 연기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2019)의 육상효 감독의 신작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사회 때 내 옆에 강기영이 앉아 있었는데 남자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어요. 황보라도 훌쩍거리고, 신민아는 처음부터 울었다고 했죠. 저희 영화가 참 신기한 게 아들, 딸 동질감 느끼는 부분이 각자 다르지만, 어느 시점에서 다 터지는 것 같아요."
김해숙은 하늘에서 3일간 휴가 온 엄마를 연기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울리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며 "가장 흔한, 오해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담백하게 풀어나간 건 육상효 감독의 힘"이라고 했다.
딸 역할을 맡은 신민아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그는 신민아와 공통점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촬영 현장에서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고 회상했다.
"신민아는 성격도 비슷한 구석이 많고 지향점이 같아서 서로 깜짝 놀랐어요. 촬영 마지막쯤엔 정말 엄마와 딸 같은 느낌이었죠. 사교적인 느낌인데 그렇지 않아요. 쉴 때 집콕 하는 것도 똑같고요. 인간 신민아는 변함없는 아이예요. 보통 사람이 변하기 마련인데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을 느낌이죠. 배우로서는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해요. 열정이 엄청난 배우죠. 외모적인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인간 신민아, 배우 신민아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멋진 배우입니다." 김해숙은 고두심, 김혜자와 함께 '국민 엄마' 트로이카로 불린다. 그는 "배우적인 면으로는 엄마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로서 보여주고자 하는 갈증이 엄청나게 큰 사람이에요. 이왕 엄마 역할을 맡는 거 엄마의 모든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품을 하며 현실에서 맞닿아 있거나, 때론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엄마들을 연기했고, 갈증을 풀었죠. 제 나이대에 작품 전면에 나서서 사랑도 하고 별거 다 하고 있어서 행복해요. 예전에 '경축 우리사랑'이라는 영화에서 엄청나게 파격적인 캐릭터를 맡았어요. 딸의 애인을 가로채 임신하는 여자 역할이죠. 저예산 영화인데 많은 영화상 후보에도 올랐어요. 그런 것들이 쌓여 역할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그는 최근 종영된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강남순(이유미)의 조모 길중간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시나리오 읽고 너무 신선했어요. 마블 같은 느낌이랄까. 보통 젊은 사람들 위주의 작품이 많은데 모녀 가족의 이야기였고, 나이 많은 여자가 사랑도 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거 아닌가 싶어요. 정보석 씨와 러브라인도 그렸는데 이상하게 안 보시고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배우라면 모든 색을 입을 수 있어야 해요.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참 좋았던 작품입니다."
김해숙은 '힘쎈여자 강남순', '악귀', 외에도 현재 방영 중인 '마이 데몬',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경성크리처'에도 참여했다. 여배우 중 가장 바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김해숙이다. 그는 "골프 못 치는 연예인 저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드라마는 사전제작을 하니까 오래전에 끝난 작품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올해 다 나왔어요. 다행히 모든 역할이 다 달랐기 때문에 걱정은 안 했죠. 한 스태프는 '선생님 요즘 아이돌 스케줄 소화하고 계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웃음) 전 워커홀릭인 것 같아요.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게 현장이에요. 아침에 죽어가다가도 카메라 딱 돌면 생기가 생겨요. 그래서 50년 동안 달릴 수 있었죠. 언젠가 저도 열정이 사라지면 못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직까진 열정 장난 아니에요. 히딩크 말처럼 아직도 배가 고파요."김해숙은 자기 몸이 두 개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의 연기 지론은 "같은 모습을 보이지 말자"다. "아무래도 육체적인 한계가 있어 신중히 작품을 골라요. 요즘엔 힘에 좀 부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같은 상황의 엄마라도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지 않으려 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준비 작업을 생각지도 않게 많이 한답니다. (하하) 그게 저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역을 할 때 '사명감'을 느낀다는 김해숙. "저를 사랑하는 많은 분께 보답할 수 있는 건 연기뿐"이라고 했다.
"의외로 저를 좋아해 주는 분이 많다는 걸 2~3년 전부터 알고 있어요. 제가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는데 3대 방송사에서 대상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요. 언젠가부터 댓글을 봤더니 너무나 많은 분이 저를 응원하더라고요. '상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이후에 청룡영화상, 대종상도 타고 그러면서 마음이 많이 열렸어요. 제 안엔 꺼내고 싶은 제가 너무 많아요. 타고나기를 잘 타고 나서, 어떤 한 연기를 하고 나면 그건 잊어버려요. 예전부터 도화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조금은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김해숙 주연의 영화 '3일의 휴가'는 오는 12월 6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