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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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와 네이버가 신사업 부문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 KT, LG, 엔씨소프트 등 국내 기업들이 속속 차세대 기술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잇따라 공개하며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의 사업 추진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 '코GPT 2.0' 언제 출시되나…네이버는 이미 공개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 사진=한경 DB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 사진=한경 DB
2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하반기에 선보이겠다고 밝힌 한국어 특화 인공지능(AI) LLM '코(Ko)GPT 2.0' 출시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코GPT'는 카카오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2021년 11월 처음 공개한 자체 언어모델이다. 당초 카카오는 올 상반기 코GPT2.0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지만 하반기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회사 측이 밝힌 공개 시점은 지난 10월 이후로 약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소식은 전해지고 있지 않다.

앞서 지난 8월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실적설명회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코GPT 2.0은 올해 10월 이후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연말까지 사실상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은 시간만 남아 업계에선 연내 공개·발표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2세대 LLM '하이퍼클로바X' 공개하고 이를 탑재한 AI 검색 서비스 '큐:(Cue:)'를 올 9월부터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현재 네이버 통합 검색에 일부 적용되고 있다. 내년에는 사용자들이 모바일로도 큐: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네이버 큐: 검색 서비스 화면. 사진=네이버 큐: 홈페이지
네이버 큐: 검색 서비스 화면. 사진=네이버 큐: 홈페이지
최근 글로벌 IT 기업을 비롯해 SK텔레콤, KT, LG,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자체 LLM을 잇따라 공개하고 서비스에 접목하며 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행보를 고려하면 카카오의 AI 사업 추진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물리적 시설인 데이터센터 설립도 암초에 부딪힌 상태다. 카카오가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설립하려던 제2데이터센터는 무산된 상태다. 세부 협상 등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양측은 제2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최근 도시계획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밟을 단계 였으나, 물거품이 되면서 카카오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만 카카오는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에 준공된 첫 자체 데이터센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예정대로 내년 1분기 내 가동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각 춘천'에 이어 이달 초부터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데이터센터는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AI 수요에 대응하려면 필수적인 시설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카카오 입장에선 난감한 처치에 몰리게 됐다.

경영진 리스크도 발목…실적 역시 '희비' 엇갈려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 사진=한경 DB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 사진=한경 DB
내수 한계 돌파구로 삼은 해외 먹거리 발굴 역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억 달러(약 1345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한 반면, 카카오는 SK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핵심 경영진들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비롯해 계열사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을 총괄해온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주요 경영진은 올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다.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목'이 잡힌 셈이다.

여기에 최근 내부적으로 쇄신을 위해 투입된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의 경영 실태 폭로 등으로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황이다.

사업 '결과물'인 실적 역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카카오와 네이버는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 증감폭은 달랐다.

네이버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3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반면, 카카오는 일회성 비용 반영 등으로 영업이익이 1402억9600만원으로 6.7% 감소했다.

'국민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AI 콘텐츠봇' 도입으로 반전을 꾀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이 AI 봇에 광고와 쇼핑 기능을 붙여 국내외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AI 봇에 대해 홍은택 대표는 "사용자들은 AI 봇이 큐레이션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통의 관심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AI 콘텐츠 봇은 높은 응집력을 갖고 있는 잠재 소비자군을 형성하는 만큼, 이러한 타깃 이용자들에게 도달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제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앱. 그래픽=각사 홈페이지
카카오톡과 네이버 앱. 그래픽=각사 홈페이지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