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급성장에 위기감
적자 쌓이고 콘텐츠 경쟁력 뚝
1000만 고객 앞세워 규모의 경제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가 관건

결국 티빙과 웨이브는 출혈 경쟁을 멈추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손잡기로 결정했다. 사실 두 회사 합병 논의는 2020년부터 이어졌다. 그동안 주도권을 놓고 평행선을 보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더 이상 지체하다간 OTT 시장에서 고사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합병법인이 초대형 플랫폼으로 재탄생해 ‘규모의 경제’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MAU를 바탕으로 제작사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 양질의 콘텐츠를 다른 OTT에 앞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두 회사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각각 쓰던 마케팅 비용을 줄여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늘리는 선순환도 기대된다.
티빙의 주요 주주(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 등) 및 웨이브의 주요 주주(SBS, MBC, KBS 등)도 합병법인 주주로 남게 되면 합병법인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표 미디어그룹인 CJ, 통신사,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대형 토종 OTT로 거듭나게 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하나의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국내 주요 콘텐츠 대부분을 볼 수 있게 되는 만큼 가입 유인 효과가 커질 전망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두 서비스를 통합할 경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와도 경쟁할 수 있는 가입자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합병으로 1000만 명 가까운 방문자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재탄생하면 토종 콘텐츠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무엇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심사 당시 합산 점유율(18.05%)이 1위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보고 합병을 승인했다. 이번엔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이 32%에 달해 규제기관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준호/하지은/이승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