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도 논의와 관련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이 대표가 의석 획득에 유리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선거는 승부고, 결과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이 대표를 만난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최소한 병립형으로의 퇴행을 막는 결단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이 대표는 선거제도와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들과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요구하는 의원들이 격론을 펼치고 있다. 병립형 비례제는 20대 총선 이전까지 적용되던 방식으로, 비례대표 투표 득표율을 기반으로 별도 지정된 비례용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이다. 21대 총선에서 최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병립형을 보완해 비례용 의석의 일부를 비례대표 득표율 대비 지역구 의석이 적은 정당에 추가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시민사회와 제3지대, 소수 정당은 준연동형을 선호하지만, 민주당 지지층 중 상당수는 거대 양당에 보다 유리한 병립형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내년 총선 판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병립형을 선호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사법 리스크와 당내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 입장에선 이번 총선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 전략기획국 등에선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 조국·이준석 신당 난립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병립형이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할 경우 민주당 의석이 최대 15석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최종적으로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면 당내 반발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준연동형 비례제 진영에는 평상시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도 다수 포진해 있고, 이탄희 의원 등은 아예 지역위원장직을 던지면서까지 이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 자신과 민주당이 지난 대선 등에서 여러 차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약속한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관련 당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당은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보다 많은 의원의 참여 속에 더 충분한 논의를 위해 30일 본회의 후 의총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지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