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29일 오후 3시 19분

파두 사태’를 계기로 기업공개(IPO)를 할 때 상장 직전 월 단위 실적까지 공개하도록 한 금융감독원 방침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리적으로 상장 직전 월 매출과 영업이익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가결산 자료를 공개할 경우 오류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IPO 직전 月실적 공개 요구에…"정보오류 당국이 책임지나"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27일 ‘IPO 시장 재무정보 투명성 강화 조치’를 발표한 뒤 상장을 앞둔 상당수 기업과 IPO 주관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금감원은 상장 직전 달 매출과 영업손익을 ‘투자위험요소’에 기재해야 한다고 발표했지만, 업계는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상장을 준비하는 한 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은 “매출은 수주계약 등이 명확한 내용이 대부분이라면 회계 감사 전이라도 공개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은 추정해야 하는 분야가 많아 회계 감사 전 숫자는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LS머트리얼즈는 21일 정정신고서를 통해 지난달 매출 11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개했지만 같은 달 영업이익은 기재하지 않았다. 유창우 LS머트리얼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이익을 파악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정정신고서에 기재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들쑥날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나 계절성이 강한 기업은 오류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 증권사의 IPO담당 관계자는 “부정확한 자료를 제공한 책임은 금융당국이 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이유로 나스닥 등 해외 시장도 상장 직전 분기의 실적을 공시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법령이나 규정 개정 없이 사실상 창구지도를 통해 실적을 공개하도록 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자율적으로 기재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파두사태’ 이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