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전 분기 대비·연율 환산)가 5.2%로 집계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속보치(4.9%)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5.0%)도 웃도는 수준이며 2년 만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성장을 이끈 것은 소비 시장이었다. 3분기 소비자 지출 증가율은 3.6%로 전 분기(0.8%)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됐다. 통화 긴축 정책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 지표는 소비가 더 늘었음을 보여줬다. 올여름 대중문화계를 강타한 이벤트들도 미국 소비 시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인기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의 순회공연, ‘바벤하이머’로 불리는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흥행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 공공부문의 지출 확대도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의 영향으로 정부 지출은 4.6% 증가했다. 민간 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며 3분기 성장세에 기여했다. 2분기 감소한 주택 투자는 3.9% 늘어났다.

미 중앙은행(Fed)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맞서 기준금리를 2022년 3월 이후 11차례나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호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에 그쳤다. AP통신은 “Fed가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지 않으면서도 경기를 냉각시키고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만 금리를 인상하는 이른바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란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