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의무와 '갭 투기'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재건축사업 정상화에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완화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을 8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이 결정되는 부과구간의 단위 또한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했습니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혜택도 신설됐습니다.
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새로 분양 받은 경우, 해당 주택에 2~5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하도록 만드는 실거주의무 폐지법안의 경우에는 재초환 완화안과는 다르게 통과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번 소위에서도 ‘돈 없는 사람은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안된다’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람들이 돈 있는 사람만 아파트를 분양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과거 하도 많은 규제를 만들다 보니 이 규제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논리로 탄생한 것인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듯합니다.
실거주의무를 부과한 이유는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를 적용하면서 상응하는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에서 생겨났습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최고가격제의 대표적인 규제로서 상한분양가로 분양을 받으면 당시에는 로또에 상응하는 혜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강남권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당첨이 되면 10억원의 시세차익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혜택이 크다 보니 이에 대한 책임을 지우자는 의미에서 실거주의무를 부과했던 겁니다.
실제로 2~5년으로 되어있는 실거주의무기간 또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정도에 따라 부과됐습니다. 공공택지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지역 주택매매가격의 80% 미만으로 분양가가 결정되면 최장 5년의 의무거주기간이 부과됐습니다. 반면 민간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가 100%미만의 경우에는 실 거주 의무기간이 2년에 그쳤습니다. 실거주의무에 적용을 받는 주택수요자와 대상 주택을 생각하면 투기나 전세사기라는 야당의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청약을 통해 실거주의무가 부과되는 주택을 당첨 받은 수분양자는 모두 무주택자입니다. 우리나라의 청약시장은 원천적으로 다주택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무주택자가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을 투기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자금이 부족해서 전세를 놓는 분들도 있지만, 입주 일정이 맞지 않아 전세를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집에 들어가는 시기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지 그걸 정부에서 왈가 불가할 사항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특히 이 제도는 2021년 2월19일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주택가격이 거의 최고점에 도달했던 시기로 현재는 주변시세가 당시 분양가 수준이거나 아니면 분양가보다 낮은 경우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분양가상한제의 혜택이 거의 없어졌는데 왜 책임만 부과하는지 수분양자들조차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또다른 문제는 대상 주택이 전세사기와의 관련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아파트입니다. 반면 갭투자나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된 주택은 연립주택,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입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이런 주택들은 실거주의무가 당연히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문제가 즐비한 주택들은 적용되지 않고 그럴 위험이 거의 없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실거주의무는 규제 불일치의 문제만을 부각시킬 따름입니다.
실거주의무라는 규제를 살펴보면 언뜻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이나 내용을 세밀히 따지고 보면 터무니없는 과거 규제를 관성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논리로 규제가 도입되고, 정치논리로 규제가 해제되는 일이 너무 잦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규제가 상식선에서 도입되고 유지됐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새로 분양 받은 경우, 해당 주택에 2~5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하도록 만드는 실거주의무 폐지법안의 경우에는 재초환 완화안과는 다르게 통과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번 소위에서도 ‘돈 없는 사람은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안된다’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람들이 돈 있는 사람만 아파트를 분양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과거 하도 많은 규제를 만들다 보니 이 규제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논리로 탄생한 것인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듯합니다.
실거주의무를 부과한 이유는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를 적용하면서 상응하는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에서 생겨났습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최고가격제의 대표적인 규제로서 상한분양가로 분양을 받으면 당시에는 로또에 상응하는 혜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강남권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당첨이 되면 10억원의 시세차익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혜택이 크다 보니 이에 대한 책임을 지우자는 의미에서 실거주의무를 부과했던 겁니다.
실제로 2~5년으로 되어있는 실거주의무기간 또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정도에 따라 부과됐습니다. 공공택지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지역 주택매매가격의 80% 미만으로 분양가가 결정되면 최장 5년의 의무거주기간이 부과됐습니다. 반면 민간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가 100%미만의 경우에는 실 거주 의무기간이 2년에 그쳤습니다. 실거주의무에 적용을 받는 주택수요자와 대상 주택을 생각하면 투기나 전세사기라는 야당의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청약을 통해 실거주의무가 부과되는 주택을 당첨 받은 수분양자는 모두 무주택자입니다. 우리나라의 청약시장은 원천적으로 다주택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무주택자가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을 투기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자금이 부족해서 전세를 놓는 분들도 있지만, 입주 일정이 맞지 않아 전세를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집에 들어가는 시기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지 그걸 정부에서 왈가 불가할 사항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특히 이 제도는 2021년 2월19일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주택가격이 거의 최고점에 도달했던 시기로 현재는 주변시세가 당시 분양가 수준이거나 아니면 분양가보다 낮은 경우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분양가상한제의 혜택이 거의 없어졌는데 왜 책임만 부과하는지 수분양자들조차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또다른 문제는 대상 주택이 전세사기와의 관련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아파트입니다. 반면 갭투자나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된 주택은 연립주택,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입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이런 주택들은 실거주의무가 당연히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문제가 즐비한 주택들은 적용되지 않고 그럴 위험이 거의 없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실거주의무는 규제 불일치의 문제만을 부각시킬 따름입니다.
실거주의무라는 규제를 살펴보면 언뜻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이나 내용을 세밀히 따지고 보면 터무니없는 과거 규제를 관성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논리로 규제가 도입되고, 정치논리로 규제가 해제되는 일이 너무 잦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규제가 상식선에서 도입되고 유지됐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