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는 학군이 좀"…동대문구 '전통 대장아파트'는 다르다
천지개벽, 상전벽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를 생각하면 으레 떠오르는 표현이다. 과거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사창가이자 낙후지역이었다. 철도 등 교통망이 확충되고 인근에서 각종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동북권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학군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롯데캐슬 SKY-L65’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등 청량리역과 붙어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부터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근처에 있는 휘경뉴타운까지 공통점은 초등학교가 멀다는 점이다. ‘래미안 크레시티’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새 아파트는 아니지만 청량리역 개발 호재를 고스란히 누리면서 학교도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청량리역, 10개 노선 ‘교통 허브’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는 래미안 크레시티는 2013년 입주한 2397가구(임대 포함)의 대단지다. 청량리역 뒤쪽, 즉 역 앞 광장 반대편에 있다. 걸어서 10여분 걸리는 역세권 아파트다. 그만큼 교통 여건은 좋은 편이다. 청량리역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강릉선, 중앙선 등 6개 노선이 지나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전경. 한명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전경. 한명현 기자
혹자는 교통 여건이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1호선은 시청과 서울역, 용산 등 주요 지역을 지나는 핵심 노선이다. 하지만 KTX강릉선과 중앙선, 경춘선 등은 기본적으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노선이다. 서울 내 이동할 때 상대적으로 효용이 적다.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이 길다. 수인분당선의 경우 강남권까지 이어지긴 하지만, 청량리역을 출발하는 열차는 하루에 딱 9번만 운행하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C노선이 청량리역에 들어설 예정이라, 교통 허브로써의 청량리역의 입지는 훨씬 탄탄해질 전망이다. GTX 노선 2개가 교차하는 곳은 청량리역과 서울역, 삼성역 세 군데뿐이다. 면목선(청량리역~신내역)과 강북횡단선(청량리역!목동역)도 추진되고 있다. 현실화하면 청량리역에 무려 10개 노선이 지나게 되는 셈이다.

인근에 서울시립도서관 들어선다

물론 이 같은 청량리역 교통 교재는 래미안 크레시티뿐 아니라 사실상 동대문구 전역이 함께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동대문구의 수많은 아파트 중에서도 이 단지의 정주 여건이 특히 돋보인다는 평가다. 최근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동대문을 대표하는 ‘대장 아파트’라는 별칭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먼저 학교 등 교육시설이 가깝다. 동대문중을 끼고 있다. 사가정로만 건너면 바로 전농초교가 있다.
"청량리는 학군이 좀"…동대문구 '전통 대장아파트'는 다르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단지 근처에 서울 최대 규모 공공도서관인 서울시립도서관(가칭)이 2029년 완공될 예정”이라며 “도서관에 대한 입주민의 관심이 특히 높다”고 전했다. 이 도서관은 원래 2025년 개관 예정이었는데 착공이 늦어지며 일정이 밀리게 됐다. 교통 선택지도 다른 단지에 비해 다양한 편이다. 청량리역뿐 아니라 2호선 신답역과 5호선 답십리역도 가깝다. 걸어서 2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도시관 건립 예정부지. 한명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도시관 건립 예정부지. 한명현 기자
평형도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편이다. 전용면적 84㎡가 977가구로 가장 많다. 전용 59㎡와 전용 121㎡이 각각 550가구, 457가구다. 역세권 및 대학가와 가까운 청량리역 근처와 이문뉴타운 등에 비해 이 단지 주변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는 특징도 있다. 다만 경쟁 단지에 비해 음식점 등 생활상권 인프라는 다소 약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단지 주위에 여러 개발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주거 인프라는 더 좋아질 전망이다. 이 단지 바로 북쪽에 있는 전농 8구역에 175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내년 시공사 선정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지 바로 남쪽의 간데메공원 일대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는 “동네 미관과 주거환경이 좋아지니까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개발 지역 사이에 놓이다 보니 이 단지가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축이지만 집값 상승 요인 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단지 전경. 한명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단지 전경. 한명현 기자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전용 84㎡가 12억6000만원(17층)이다. 전용 59㎡와 전용 121㎡는 각각 10억5000만원(13층), 15억5000만원(11층)이다. 전용 84㎡의 경우 2021년 9월 17억원까지 찍은 저력이 있다. 호가는 13억~14억원대 수준이다. 전고점에 비해선 많이 내려왔지만, 인근 단지 시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이 낮지 않은 편이다. 가령 답십리동 ‘래미안 미드카운티’ 전용 84㎡는 지난 10월 6층 물건이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외대앞역 근처인 휘경동 ‘휘경SK뷰’ 몸값은 10억~11억원 선이다.

향후 가격 전망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이 단지는 올해로 10년차를 맞아 이제 구축 아파트 범주에 묶인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입지가 워낙 탄탄한 데다 개발 호재가 적지 않아 집값 상승요인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10년차부터는 매년 감가상각이 되긴 하지만, 감가상각을 고려하더라도 발전 가능성을 따지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전용 84㎡ 기준 15억원대까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