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왜 이러세요"…50대 男 '무대포 방문'에 놀랐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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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찾아간 '불청객' 머스크, 그의 속내는
APEC 회담 참석한 시진핑, 美기업인과 만찬
지난 5월 방중 때도 시 주석 못 만난 머스크
초청 못 받자 무작정 찾아가… 결국 악수까지
중국, 테슬라 최대 생산기지이자 핵심 시장
자율주행 FSD 中진출 타진... 최근 출시설도
APEC 회담 참석한 시진핑, 美기업인과 만찬
지난 5월 방중 때도 시 주석 못 만난 머스크
초청 못 받자 무작정 찾아가… 결국 악수까지
중국, 테슬라 최대 생산기지이자 핵심 시장
자율주행 FSD 中진출 타진... 최근 출시설도
“회장님, 죄송하지만 초청객 명단에 이름이 없습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연회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 기업인들의 만찬이 예정된 곳입니다.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인 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정장을 차려입은 한 중년 남성이 연회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했습니다. 초청객 명단을 확인한 사람들은 모두 당혹스러웠습니다. 그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거구의 남성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언론에 이날 밤 시 주석을 만난다고 보도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다른 자리도 아닌 중국 최고 권력자와의 만남이 예정된 행사였습니다. 현지 언론은 미국 기업 임원들이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8석짜리 주빈 테이블값만 4만달러(약 52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행사였다는 얘기입니다.
머스크의 ‘무대포 방문’에 기가 질렸던 걸까요. 한차례 소동 끝에 그는 주최 측의 양해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주빈 테이블엔 팀 쿡 애플 CEO,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자리했습니다. ‘불청객’ (아마 입장료도 안 냈을) 머스크는 태연하게 시 주석과 악수하고 몇 마디 환담까지 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입니다. 테슬라에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자 생산 기지입니다. 지난해 기가상하이는 71만대를 생산해 테슬라 글로벌 생산 물량(137만대)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9월 출시한 모델3 업데이트 버전인 ‘하이랜드’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 중입니다. 수년간 미‧중 갈등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됐지만 기가상하이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독일 공장인 기가베를린과 미국 신공장 기가텍사스의 양산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분기 테슬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각 공장의 생산력은 △기가상하이 95만대 △기가베를린 37.5만대 △기가텍사스 25만대(사이버트럭 제외)입니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급성장과 함께 판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신에너지 자동차(친환경차) 누적 판매량은 686만7000대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5% 늘어난 수치입니다. 테슬라 모델Y가 지난달 4만7164대를 팔아 친환경차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4위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BYD입니다. 중국산 전기차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자국 시장을 점차 장악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판매 1위 브랜드는 이미 내줬고 이대론 판매 1위 차 자리도 빼앗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 판매마저 꺾인다면 테슬라엔 큰 타격 일 수밖에 없습니다.
머스크는 틈만 나면 X(옛 트위터)에 중국 경제의 빠른 번영과 노동자들의 근면함을 칭찬했습니다. 인권 문제 등의 논란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지난 9월 한 대담에선 ‘뜨거운 감자’ 대만을 가리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 겁니다. 그런 그도 지난 5월 3년 만의 방중 때 시 주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시 주석은 오히려 머스크와 ‘불편한 관계’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만나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극진한 예우를 했습니다. 당시 로이터는 시 주석이 “각국과 광범위한 과학기술 협력을 하고 싶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에 AI 기술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게이츠에게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만남에 머스크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고대하는 것은 비단 차량 판매만이 아닙니다. AI 사업. 이것이 머스크가 무리해서 시 주석에게 ‘얼굴도장’을 찍은 이유입니다. 테슬라차이나가 웨이보에 두 사람의 만남을 확인하며 그 의미를 적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테슬라의 AI 사업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완전자율주행(FSD) 입니다.
중국에선 규제 당국의 승인 문제로 완전자율주행을 당장 서비스하긴 어렵겠지요. 머스크 역시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를 시인했습니다.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게 FSD 베타 버전일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FSD 베타 중국 출시설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머스크의 방중 이후 잠잠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X의 테슬라 중국 소식통들은 FSD 베타 출시 루머를 다시 꺼내고 있습니다. 이달 혹은 내년 1월경에 배포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지난달 23일 테슬라차이나 관계자가 “FSD 출시 상황이 현재 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확인된 바 없습니다. 중국 소식통들의 전언을 단순 루머로만 치부할 순 없습니다. 이들은 지난 9월 모델3 하이랜드 출시 시기와 세부 사양을 정확하게 맞췄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루머는 머스크가 시 주석을 만난 직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는 소문대로 내년 초에 FSD 베타를 중국에 배포할 수 있을까요. 머스크의 ‘무모한 배짱’은 이번에도 통할까요. 머스크의 최측근이자 스페이스X 사장인 그윈 숏웰은 보스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빌어먹을 말만 하지 말고, 그냥 하라”(에릭 버거 「리프트오프」)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연회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 기업인들의 만찬이 예정된 곳입니다.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인 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정장을 차려입은 한 중년 남성이 연회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했습니다. 초청객 명단을 확인한 사람들은 모두 당혹스러웠습니다. 그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거구의 남성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언론에 이날 밤 시 주석을 만난다고 보도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그날 밤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슨 일이
지난달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머스크는 만찬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습니다. 이 연회는 미국 단체인 미중관계전국위원회와 미중기업협의회(USCBC) 주최로 열렸습니다. 이 단체 회원사가 아닌 테슬라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머스크가 무작정 연회장에 찾아와 VIP 리셉션 참석을 요청했다는 겁니다.다른 자리도 아닌 중국 최고 권력자와의 만남이 예정된 행사였습니다. 현지 언론은 미국 기업 임원들이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8석짜리 주빈 테이블값만 4만달러(약 52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행사였다는 얘기입니다.
머스크의 ‘무대포 방문’에 기가 질렸던 걸까요. 한차례 소동 끝에 그는 주최 측의 양해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주빈 테이블엔 팀 쿡 애플 CEO,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자리했습니다. ‘불청객’ (아마 입장료도 안 냈을) 머스크는 태연하게 시 주석과 악수하고 몇 마디 환담까지 했습니다.
중국 공장, 테슬라 생산 절반 담당
머스크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시 주석을 만난 걸까요. 다음 날 테슬라차이나가 중국 SNS인 웨이보에 올린 글에 단서가 있습니다.“시 주석은 머스크 CEO를 만나 중국 내 테슬라의 발전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머스크는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의 빠른 발전에 감사를 전했습니다. (중략) 기가팩토리 상하이는 테슬라의 중요한 글로벌 생산 기지이자 수출 센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략) 중국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에너지 저장, 인공지능(AI) 등 더 많은 분야의 협력을 기대합니다”
- 11월16일 테슬라차이나 공식 웨이보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입니다. 테슬라에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자 생산 기지입니다. 지난해 기가상하이는 71만대를 생산해 테슬라 글로벌 생산 물량(137만대)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9월 출시한 모델3 업데이트 버전인 ‘하이랜드’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 중입니다. 수년간 미‧중 갈등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됐지만 기가상하이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독일 공장인 기가베를린과 미국 신공장 기가텍사스의 양산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분기 테슬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각 공장의 생산력은 △기가상하이 95만대 △기가베를린 37.5만대 △기가텍사스 25만대(사이버트럭 제외)입니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급성장과 함께 판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신에너지 자동차(친환경차) 누적 판매량은 686만7000대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5% 늘어난 수치입니다. 테슬라 모델Y가 지난달 4만7164대를 팔아 친환경차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4위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BYD입니다. 중국산 전기차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자국 시장을 점차 장악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판매 1위 브랜드는 이미 내줬고 이대론 판매 1위 차 자리도 빼앗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 판매마저 꺾인다면 테슬라엔 큰 타격 일 수밖에 없습니다.
머스크의 계산된 ‘친중 행보’
천하의 머스크도 중국 시장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중국 내 사업에 눈치를 보는 것과 달리, 머스크는 거침없는 친중 행보를 보였습니다. 좌우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조롱하는 그의 독설도 중국만은 예외입니다.머스크는 틈만 나면 X(옛 트위터)에 중국 경제의 빠른 번영과 노동자들의 근면함을 칭찬했습니다. 인권 문제 등의 논란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지난 9월 한 대담에선 ‘뜨거운 감자’ 대만을 가리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 겁니다. 그런 그도 지난 5월 3년 만의 방중 때 시 주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시 주석은 오히려 머스크와 ‘불편한 관계’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만나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극진한 예우를 했습니다. 당시 로이터는 시 주석이 “각국과 광범위한 과학기술 협력을 하고 싶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에 AI 기술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게이츠에게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만남에 머스크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고대하는 것은 비단 차량 판매만이 아닙니다. AI 사업. 이것이 머스크가 무리해서 시 주석에게 ‘얼굴도장’을 찍은 이유입니다. 테슬라차이나가 웨이보에 두 사람의 만남을 확인하며 그 의미를 적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테슬라의 AI 사업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완전자율주행(FSD) 입니다.
자율주행 ‘FSD 베타’ 중국 출시설
FSD 베타는 도심 자율주행 및 신호등·표지판 인식이 가능합니다. 현재 북미 이용자 40만명에게 시범 서비스 중입니다. 미국 외에 중국이나 한국 소비자는 FSD를 구입하더라도 사실상 ‘반쪽 옵션’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FSD 가격은 6만4000위안(약 1160만원)으로 미국(1만2000달러·약 1560만원)보다 다소 낮습니다. 현재 테슬라는 베타를 땐 FSD 12 버전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미의 모든 테슬라 운전자에게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달 24일 일부 직원들에게 배포했습니다.중국에선 규제 당국의 승인 문제로 완전자율주행을 당장 서비스하긴 어렵겠지요. 머스크 역시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를 시인했습니다.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게 FSD 베타 버전일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FSD 베타 중국 출시설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머스크의 방중 이후 잠잠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X의 테슬라 중국 소식통들은 FSD 베타 출시 루머를 다시 꺼내고 있습니다. 이달 혹은 내년 1월경에 배포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지난달 23일 테슬라차이나 관계자가 “FSD 출시 상황이 현재 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확인된 바 없습니다. 중국 소식통들의 전언을 단순 루머로만 치부할 순 없습니다. 이들은 지난 9월 모델3 하이랜드 출시 시기와 세부 사양을 정확하게 맞췄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루머는 머스크가 시 주석을 만난 직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는 소문대로 내년 초에 FSD 베타를 중국에 배포할 수 있을까요. 머스크의 ‘무모한 배짱’은 이번에도 통할까요. 머스크의 최측근이자 스페이스X 사장인 그윈 숏웰은 보스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빌어먹을 말만 하지 말고, 그냥 하라”(에릭 버거 「리프트오프」)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