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조기 인하론' 확산하자…투자자들 '이것' 사들였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위험자산 사들이는 美 투자자들
정크본드(투자부적격 회사채), 밈주식(온라인서 입소문을 탄 종목), 지방채, 금….
이달 들어 투기성 자산과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경기 연착륙 기대감도 커지며 상승장을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소외 불안(상승장서 홀로 배제될 것이란 공포심리·FOMO)’도 증폭해 매수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기성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이달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월 1~29일 미국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총 119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블룸버그 정크본드 지수는 지난 1개월간 4.85%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채에 밀려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던 미국 지방채 수요도 크게 늘었다. 11월 한달 간 블룸버그 미국 지방채 지수는 5.3% 급등했다. 지난 10월에 2.2% 하락한 데서 반등했다. 월간 상승률로는 1986년 1월 이후 최고치다. 10년 만기 지방채 벤치마크 금리는 연 2.74% 아래로 하락하며 지난 8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주식 시장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변동성이 큰 위험 종목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 대표적인 밈주식인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 1개월 간 23.86% 상승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같은 기간 65.74% 폭등했다. 이 기간 S&P500 지수는 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CS 파산 이후 8개월 만에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AT1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유럽은행 코코본드 지수는 지난 1개월 간 4.42% 상승했다. 지난 3월 CS 사태 여파로 15%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수 심리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이는 유럽은행의 파산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은행당국이 은행에 대한 재무건전성 테스트를 강화했고, 유럽중앙은행(ECB)와 영국은행은 AT1 투자자들에게 보통주 투자자보다 앞선 변제 순위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12월 물) 가격은 전일 대비 트로이온스당 7.4달러(0.03%) 상승한 204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개월 내 최고치를 찍었다. 금은 이자나 배당 등 고정수익이 없는 대신 가격 변동성이 작고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진다. 투기 심리가 커지는 시기에는 가격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Fed가 내년 3월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가능성을 44.5%(30일 오전 12시 기준)으로 점치고 있다. 당초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처음 결정할 것이란 예측이 확산했다. 이 결정이 3월로 앞당겨질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의 발언이 조기 인하 주장을 촉발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28일 "인플레이션이 점점 완화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3~5개월이 지나 물가 하락세가 분명하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바로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월러조차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는 반응이다.
조기 인하론이 확산하면서 포모 심리도 덩달아 커졌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로 시장 내 유동성이 증가하게 되면 상승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상승장을 홀로 놓칠까 불안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했다는 분석이다. 위험자산과 투기성 자산 상관없이 매수부터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빔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모하메드 아마는 "투자자 대부분이 금리 조기 인하가 '좋은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인하한다는 것은 침체 위기가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이달 들어 투기성 자산과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경기 연착륙 기대감도 커지며 상승장을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소외 불안(상승장서 홀로 배제될 것이란 공포심리·FOMO)’도 증폭해 매수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만물 상승론' 대두
29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이 동반 랠리를 펼쳤다. 금, 채권 등 투자 위험이 적은 자산부터 밈주식, 암호화폐, 정크본드 등 투기적 자산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Fed가 곧 금리 인하를 시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낙관론이 대두되자 시장에선 모든 자산 가치가 커지는 '만물 상승론'이 퍼지는 모습이다.투기성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이달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월 1~29일 미국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총 119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블룸버그 정크본드 지수는 지난 1개월간 4.85%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채에 밀려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던 미국 지방채 수요도 크게 늘었다. 11월 한달 간 블룸버그 미국 지방채 지수는 5.3% 급등했다. 지난 10월에 2.2% 하락한 데서 반등했다. 월간 상승률로는 1986년 1월 이후 최고치다. 10년 만기 지방채 벤치마크 금리는 연 2.74% 아래로 하락하며 지난 8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주식 시장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변동성이 큰 위험 종목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 대표적인 밈주식인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 1개월 간 23.86% 상승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같은 기간 65.74% 폭등했다. 이 기간 S&P500 지수는 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관도 코코본드 매수 확대
기관투자가들도 위험자산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지난 3월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면서 휴지 조각이 된 AT1 채권(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 당시 UBS는 CS를 인수하면서 CS가 발행한 22조원 규모의 AT1 채권을 전액 상각 처리했다. AT1은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투자자 동의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하는 신종자본 증권이다. 조건부전환사채(코코본드)라고도 불린다.CS 파산 이후 8개월 만에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AT1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유럽은행 코코본드 지수는 지난 1개월 간 4.42% 상승했다. 지난 3월 CS 사태 여파로 15%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수 심리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이는 유럽은행의 파산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은행당국이 은행에 대한 재무건전성 테스트를 강화했고, 유럽중앙은행(ECB)와 영국은행은 AT1 투자자들에게 보통주 투자자보다 앞선 변제 순위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12월 물) 가격은 전일 대비 트로이온스당 7.4달러(0.03%) 상승한 204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개월 내 최고치를 찍었다. 금은 이자나 배당 등 고정수익이 없는 대신 가격 변동성이 작고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진다. 투기 심리가 커지는 시기에는 가격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3월 금리 인하 기대감 커져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시점에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Fed가 내년 3월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가능성을 44.5%(30일 오전 12시 기준)으로 점치고 있다. 당초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처음 결정할 것이란 예측이 확산했다. 이 결정이 3월로 앞당겨질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의 발언이 조기 인하 주장을 촉발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28일 "인플레이션이 점점 완화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3~5개월이 지나 물가 하락세가 분명하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바로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월러조차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는 반응이다.
조기 인하론이 확산하면서 포모 심리도 덩달아 커졌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로 시장 내 유동성이 증가하게 되면 상승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상승장을 홀로 놓칠까 불안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했다는 분석이다. 위험자산과 투기성 자산 상관없이 매수부터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빔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모하메드 아마는 "투자자 대부분이 금리 조기 인하가 '좋은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인하한다는 것은 침체 위기가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