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 손실, 증권가는 불완전 판매보다 채권시장 우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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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손실, 증권가는 불완전 판매보다 채권시장 우려(종합)](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C0A8CA3C0000015B51F3976E0016D85E_P4.jpg)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홍콩 H지수 ELS 발행과 운용을 맡고 있지만, 정작 불완전 판매 의혹과는 일제히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불완전 판매는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적합성 원칙(부적합한 상품 권유 금지), 적정성 원칙(상품이 부적합한 경우 그 사실을 고지), 설명의무 등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를 일컫는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기초자산 가치가 애초 증권사가 설정한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홍콩H지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유로스톡스 등과 함께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데, 홍콩 증시에 상장된 단 50개 중국 기업을 추려 산출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 규제 등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편임에도 일부 은행에서는 ELS가 예금 상품보다 더 나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처럼 둔갑해 판매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취재진에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은행과 증권사를 비교하며 "증권사는 노후 자금을 갖고 찾아오는 그런 고객이 없어서 못 판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증권사는 은행보다 위험투자를 선호하는 성향의 고객이 대부분이고, 실제 투자도 비대면으로 이뤄져 불완전 판매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엔 대형사들도 ELS를 자체 헤지(위험 회피)하기보다는 백투백(증권사가 개인 고객을 상대로 발행한 파생결합상품과 동일한 조건으로 외국계 증권사와 거래를 맺는 것)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운용단에서 손실이 날 가능성도 낮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번 홍콩 H지수의 경우 지수가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한 것이 아니라 2년여간 꾸준히 우하향해 '반토막'이 난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19 당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와도 다르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ELS의 헤지 자산에 채권이 대량으로 편입된 만큼, ELS 손실 사태로 향후 채권 매수 여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자금 헤지 자산의 80.9%가 채권이었으며, 채권자산 중 91.5%가 국내 채권이었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보통 ELS는 투자했던 고객들이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나면 고객들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할 테고, 해당 금액만큼의 채권 수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분명 좋은 영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ELS 채권 자산은 대부분 우량물로 구성돼 있어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H지수 편입 ELS 문제가) 단기자금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점검해본 결과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그런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금융 안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완전 판매를 통한 금융기관과 소비자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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