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선물거래소가 리튬 선물 거래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연쇄적으로 타격받아 올 4분기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리튬값 반년새 '반토막'…K양극재 타격
30일 업계에 따르면 광저우선물거래소는 지난 28일부터 비선물회사 회원 또는 고객에게 탄산리튬 선물을 계약할 때 1만 포지션을 초과해 개설할 수 없도록 했다. 거래소가 상황에 따라 대규모 거래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래소가 리튬 선물 상품 거래에 제한을 둔 건 바닥을 모르고 급락하는 리튬값 때문이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기업이 전기차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 29일 기준 t당 2만693달러로 집계됐다. 4월 t당 4만6500달러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났다.

양극재 기업들은 비상이다. 리튬은 양극재 제조를 위한 주원료 가운데 40%를 차지한다.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서 3~4개월 전 비싸게 사둔 리튬으로 양극재를 생산해야 해 제품을 팔아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계속된 리튬 가격 급락으로 이익이 쪼그라들어 양극재 업체들은 4분기에 이어 내년 실적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5년 만에 처음으로 연구개발비를 줄이기도 했다.

전기차 판매 부진, 리튬값 급락에 글로벌 1위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충북 오창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업황 둔화가 장기화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내년 1월부터 경북 포항공장으로 전환 배치한다. 최근 업황 난조 국면에 4대 양극재 기업 가운데 근로자를 전환 배치하는 것은 에코프로비엠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하반기 계획했던 채용 일정도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배터리 셀 기업의 양극재 주문이 줄어든 데 따라 생산 효율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재 업체들은 재고 최소화와 원료 공급망 내재화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리튬값 급락으로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급감한 엘앤에프는 3000억원어치의 탄산리튬 재고를 줄일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홀딩스가 제련하는 리튬을 먼저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 리튬 기업을 통해 구매할 때보다 관련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다. LG화학은 국내 기업 최초로 북미산 리튬을 확보하고 중국 리튬 공급사 톈치리튬 지분 8.7%를 획득하며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

강미선/김형규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