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지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받은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보조금의 최대 85%를 배당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얼티엄셀즈 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제공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지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받은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보조금의 최대 85%를 배당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얼티엄셀즈 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제공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는 북미 지역에 공격적으로 증설해온 배터리업계가 ‘투자의 대가’로 가장 큰 기대를 품었던 혜택이다. AMPC는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에 미국 정부가 사실상 직접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한때 배터리업계에선 “투자를 안 하는 게 손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과도한 ‘AMPC 공유 압박’이 현실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계에선 제너럴모터스(GM)가 최대 합작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에 AMPC 수혜 금액의 최대 85%를 공유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올 게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10조원대 AMPC 수혜, 공유 불가피

[단독] 합작지분 50%인데…GM '배당 과잉청구'에 LG 당혹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 단독 공장 두 곳, 합작공장 여섯 곳을 짓고 있거나 이미 가동 중이다. 확정된 생산 능력만 318GWh에 달한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를 통틀어 가장 많다. GM과는 북미 합작공장의 절반인 세 곳을 함께 투자했다. 포드·스텔란티스·GM 등과 각각 북미 합작공장을 세 곳씩 짓고 있는 SK온과 삼성SDI도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을 시작한다. 증권업계에선 2025년 한국 배터리 3사가 AMPC로 수령할 보조금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밋빛 전망’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건 올 하반기 들어서다.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일본 파나소닉은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와 AMPC를 공유하겠다며 올해 2분기 예상 수혜액 450억엔의 절반 수준인 242억엔(약 2100억원)을 영업이익에서 차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후 “완성차 업체들과 AMPC 공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AMPC는 현지에서 제조된 배터리가 전기차에 장착돼 ‘판매’까지 완료돼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도 기여도를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이제까지 합작법인 지분율이 확실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 것에 비하면 GM의 요구는 과도한 수준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도 각 배터리 공급사와 AMPC 배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저마다 배분율 조건은 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합작공장 ‘계륵’ 될 수도

LG에너지솔루션은 가장 먼저 북미 합작공장 양산을 시작한 GM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제시한 ‘최대 85% 배당’ 요구는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GM의 ‘강수’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이 단독공장 기준 50%를 나눠준 선례를 참고하면 지분율이 5 대 5인 합작공장의 경우 아무리 많아도 완성차 업체의 배분율이 75%를 넘어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업체가 자사의 지분율 50%의 절반에 해당하는 AMPC를 떼어주면 최대 75%가 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금 흐름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보니 GM이 이런 요구까지 불사한 것 같다”며 “비용 급증과 생산 위축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배터리 합작법인의 AMPC를 최대한 많이 가져오려는 의도 같다”고 분석했다.

GM은 29일(현지시간) 올해 배당 가능 순이익을 종전 93억~107억달러에서 91억~97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장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인건비 급등 등을 이유로 꼽았다. GM은 UAW와의 임금 인상 협상에 따라 2028년까지 93억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불사해 온 전기차 시장에서도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선 완성차 업체들과 앞다퉈 투자한 합작법인 프로젝트가 ‘계륵’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산업 초기엔 투자 리스크 분담을 위해 합작법인 형태가 유용했지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의사결정의 어려움, 책임 소재 불분명 같은 단점이 부각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배터리 업체들이 합작공장을 인수해 단독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김형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