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법안의 최종 표결에 앞서 의원들이 수정안을 무제한으로 제출할 수 있게 하는 절차를 ‘보트 어 라마(Vote-a-rama)’라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30일 발간한 <2024 세계대전망>에서 내년 전 세계적으로 70건이 넘는 선거가 연쇄적으로 치러지게 된 상황을 보트 어 라마에 비유했다. 이들 국가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약 42억 명으로 지구촌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최근 투표율 추세를 고려하면 실제 표를 던지게 될 인구는 약 20억 명으로 추산된다.

내년 최대 관심사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미 대선 결과가 ‘두 개의 전쟁’과 양안 분쟁, 글로벌 무역 정책과 기후 대응 등 범지구적 이슈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4년 전 접전을 벌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능가하는 30%가량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미 역사상 최초로 연방·주정부로부터 기소된 후보가 출마에 이어 당선까지 노리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민주주의와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관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체가 이미 “미국 민주주의 훼손”을 의미하며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이 닥친 시기에 미국을 어디로 튈지 모를 고립주의 국가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 선거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모여 있는 지역은 아시아다. 민주주의 국가면서 인구도 많은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가 모두 선거를 치른다. 양안 분쟁의 당사자인 대만의 총통 선거는 미·중 긴장 국면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프리카에선 가장 많은 선거가 예정돼 있다. 2020년 이후 9개 정권이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한 이 지역에선 민주주의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지고 있어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