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급등한 미국 채권금리가 11월 급락하면서 글로벌 채권지수가 2008년 이후 월별 기준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정크본드’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1월에만 120억달러에 육박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11월 채권지수, 15년 만에 최대 상승

"금리 내린다"…채권지수 상승률 15년來 '최대'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산출하는 글로벌 채권지수인 ‘블룸버그 글로벌 총채권지수’는 454.56에 마감했다. 11월 들어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지수는 5.5% 넘게 올랐다. 2008년 12월(6.2%) 후 월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내 채권만을 모은 ‘블룸버그 미국 총채권지수’ 역시 11월 들어 전날까지 4.3% 오르면서 1985년 후 월간 최고 상승률을 경신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급격히 오른 채권 금리가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로 급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월 연 5.02%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전날 기준 연 4.27%까지 떨어졌다.

최근 금융계 거물들의 발언 역시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는 지난 28일 워싱턴DC에서 한 연설에서 “현재 통화 정책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물가상승률을 2%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데 확신이 커졌다”고 했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꼽히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내년 1분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투자자들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정크본드’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월 들어 투기등급 회사채 ETF로 119억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뒤 월별 최대 유입액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투기등급 회사채는 경기 활성화 전망이 많아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투기등급 회사채 ETF의 수익률도 상승세다. 세계 최대 정크본드 ETF인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하이일드 회사채(HYG)’는 10월 31일부터 전날까지 주가가 4.52% 올랐다. 이 기간 순유입된 자금만 52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SPDR 블룸버그 하이일드 채권(JNK)’ ‘아이셰어즈 0~5년물 하이일드 회사채(SHYG)’ 같은 정크본드 ETF도 최근 한 달 사이 각각 4.4%, 3.06%의 양호한 수익률을 거뒀다.

○달러 약세로 금도 고공행진

위험자산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달러 약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 금 선물(12월물)은 전날 트로이온스당 2041.1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5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여전한 점도 금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인도 중국 등에서 연말 명절을 맞아 금 현물 수요가 늘어나는 점 역시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