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종단이 공식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스스로 선택에 의한 입적 가능성에 방점을 두지만 방화나 방화에 의한 살해 가능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계종 기획실장인 우봉 스님은 30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어제 오후 6시50분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자승 스님이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드셨다”며 “자승 스님은 종단 안정과 정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 함으로써 모든 신도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산 사람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뜻한다. 아직 경찰의 공식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날 행적 등을 종합해 이같이 판단했다는 게 조계종 측의 설명이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조계종의 핵심 사판승(행정승)이다. 동국대 건학위원회 고문이자 총재를 맡아 ‘조계종 실세’로 통했다.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던 고인의 입적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지면서 조계종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현장감식에 나선 경기남부경찰청은 “현장 CCTV 확인 결과 화재 당시 요사채에는 자승 스님 외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와 칠장사 관계자 진술, 휴대폰 위치값,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요사채에서 발견된 법구는 자승 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의 승용차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2페이지 분량의 메모가 발견됐다. 메모에는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이니 검시할 필요 없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스스로 선택에 의한 입적 가능성에 방점을 두지만 방화나 방화에 의한 살해 가능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은 자승 스님 시신 부검 결과와 현장에 남겨진 메모 2장 필적 감정 결과 등을 받아본 뒤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구은서/안정훈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