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자신을 추천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침묵하는 지도부를 다시 한번 압박한 셈이다. 다만 김기현 대표가 이를 거절하면서 사실상 혁신위의 생명이 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말이 허언이 아니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답변을 월요일(12월 4일)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사실상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달라는 의미로, 혁신위 제안에 무응답하며 공천관리위원회로 결정권을 넘기겠다는 당 지도부를 향해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이날 혁신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당 지도부, 영남 중진,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요구를 공식 안건으로 채택해 의결했다.

공관위원장 임명권을 가진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제안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거절했다. 김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혁신위 활동이 종료됐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그동안 혁신위가 참 수고를 많이 했는데 당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금 접촉하고 있는 공관위원장 후보군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차츰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는 인 위원장의 최후통첩을 김 대표가 거절하면서 혁신위의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혁신위 활동 종료일 이후 구성될 예정이던 공관위를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이른 12월 중순 출범시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