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등 주요 부품 없이 대당 5천만∼7천만원 부정수급
환경부 "해당 업체 보조금 지급·실제 운행 여부 전수조사"
중국서 들여온 '껍데기 차체'로 전기차 보조금 54억원 타내(종합)
자동차 제작증과 구매 계약서를 위조해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약 54억원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위반 등 혐의로 자동차 수입·제작사 대표 A씨를 구속하고 구매계약서 명의를 빌려준 공범 35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이 장착되지 않은 차체 92대를 중국에서 낮은 가격으로 수입한 뒤 허위 계약서를 작성, 정상적으로 전기차를 판매한 것처럼 꾸며내 보조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자동차 제작증과 구매계약서 등 서류만 갖추면 환경부 저공해차 구매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했다.

A씨가 김포·대구·용인 등 지방자치단체 3곳에 전기차 관련 서류를 제출해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타낸 구매보조금은 54억원에 달했다.

차체 한 대당 보조금을 5천만∼7천만원꼴로 부정 수급한 셈이다.

A씨는 이후 차체들을 대구, 김포, 용인, 평택 등지의 창고에 보관했다가 순차적으로 배터리를 장착, 학원 버스나 캠핑카 등으로 판매했다.

일부 차체는 보조금을 받는 목적으로만 사용된 후 방치됐다.

명의를 빌려준 공범은 자동차 특장업체 대표, 거래처 관계자, 지인 등이었다.

경찰은 유관부처인 환경부 및 보조금을 지급한 지자체에 부정수급 보조금 환수를 요청했으며, A씨가 보유한 재산 약 40억원에 대한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신청해 법원의 인용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양주 관악서 수사1과 경제2팀장은 "범행 재발 방지를 위해 자동차를 신규 등록할 때 실물을 확인하고 보조금 지급 이후 실제 운행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유관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부정 수급한 것으로 확인된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즉시 환수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일부 부품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을 완성차로 위장해 보조금을 받은 자가 수입하는 모든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명의를 대여한 자에게도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수입·제조한) 차종의 보조금 지급 및 실제 운행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앞으로 수입·제조사가 차량 신규등록을 대행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기 전에 지원 대상 차종을 직접 확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서 들여온 '껍데기 차체'로 전기차 보조금 54억원 타내(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