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멸종위기 식물 보호한다…'식물 ID' 부여해 이력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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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산림청 산하 기관과 함께 블록체인 식물이력관리시스템 도입
'UDC 2023'서 사례 발표…NFT·토큰 개념 활용해 생물다양성 확보 힘써
'UDC 2023'서 사례 발표…NFT·토큰 개념 활용해 생물다양성 확보 힘써
최근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 임팩트’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해 이력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 공공 분야에서의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두나무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 람다256이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식물이력정보관리시스템이 이러한 사례로 꼽힌다. 이 시스템은 시드뱅크(종자은행)의 종자 상태와 이동 경로를 블록체인에 기입해 이력 정보를 공유한다.
지난 13일 국내 대표 블록체인 행사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3’에서는 한수정의 박진성 실장과 람다256 변영건 부장이 연사로 나서 ‘식물 이력의 블록체인화’ 실사례를 공유했다. 식물 다양성 보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블록체인이 공공 분야에서 활용된 게 포인트다.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수정은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 자원 보전을 위해 자생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영구 저장시설인 시드볼트(종자금고)와 달리 시드뱅크에 저장된 종자는 연구·증식을 위해 수시로 활용할 수 있어 종자의 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이력관리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에는 식물의 방대한 라이프 사이클을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웠다. 하나의 종자가 식물로 성장해 대규모 증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 임·농가, 연구기관 등에 분양돼 연구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 이 과정에서 식물의 이력 정보가 위·변조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박진성 실장은 “신뢰성을 가진 식물이력정보는 식물 유전 자원 보존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정은 데이터 신뢰성·투명성 확보라는 난제를 해결해줄 힌트를 블록체인 기술에서 찾았다. 단계별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 조작을 방지할 수 있으며 대중에게도 공개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특성에 주목했다. 실제 공공 분야에서 이미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과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COOV)’ 등 투명한 이력관리 시스템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하지만 한수정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은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한계에 부딪혔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내·외부 망이 분리된 구조인 데다 예산상 제약으로 ‘전용(Private) 블록체인’ 구성이 어려운 탓이었다. 박 실장은 “두나무와 람다256을 만나며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으로도 프라이빗하게 블록체인 구성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나무와 한수정은 올해 7~10월 4개월간 식물이력정보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민간 클라우드에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람다256의 친환경 블록체인 루니버스 BaaS를 활용해 식물 이력의 블록체인화 첫 발을 뗐다.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식물 이력 관리는 종자 관련 각종 데이터를 나타내는 ‘뱅크시드 NFT(대체불가토큰)’와 ‘분양시드 NFT’ 개념이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종자가 시드뱅크에 저장되기 전까지는 기존 시스템에서 관리되다가 시드뱅크에 저장되는 순간 뱅크시드 NFT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뱅크시드 NFT에는 종자의 뱅크 관리 ID, 과명, 속명, 관리기관, 발아율 등 주요 메타데이터(데이터에 관한 속성정보)가 선별 기록된다. 이후 종자가 분양되면 분양시드 NFT를 발행, 분양 이력이 블록체인으로 관리되는 구조다.
두나무는 이처럼 종자에 연결된 모든 식물 이력을 ‘시드 바운드 토큰(SBT)’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소울 바운드 토큰(SBT)’이 신원을 나타내 타인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벤치마킹, 식물의 고유성을 강조한 시도인 셈이다. 종자가 식물원이나 연구소로 이동해도 그 고유성은 변하지 않으므로 연결 정보가 바뀌지 않는다는 게 핵심으로, 일종의 ‘식물 ID’를 부여하는 것이다. 박 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시스템에서 표현이 어려웠던 족보와도 같은 거미줄 형태의 종자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식물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정은 향후 종자 정보를 국민 누구나 조회할 수 있도록 ‘이력 조회 스캔 시스템’을 오픈해 자생식물 종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방침이다. 또 흩어져 있던 식물 종자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합하고 식물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해나가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의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프로젝트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두나무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 람다256이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식물이력정보관리시스템이 이러한 사례로 꼽힌다. 이 시스템은 시드뱅크(종자은행)의 종자 상태와 이동 경로를 블록체인에 기입해 이력 정보를 공유한다.
지난 13일 국내 대표 블록체인 행사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3’에서는 한수정의 박진성 실장과 람다256 변영건 부장이 연사로 나서 ‘식물 이력의 블록체인화’ 실사례를 공유했다. 식물 다양성 보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블록체인이 공공 분야에서 활용된 게 포인트다.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수정은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 자원 보전을 위해 자생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영구 저장시설인 시드볼트(종자금고)와 달리 시드뱅크에 저장된 종자는 연구·증식을 위해 수시로 활용할 수 있어 종자의 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이력관리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에는 식물의 방대한 라이프 사이클을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웠다. 하나의 종자가 식물로 성장해 대규모 증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 임·농가, 연구기관 등에 분양돼 연구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 이 과정에서 식물의 이력 정보가 위·변조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박진성 실장은 “신뢰성을 가진 식물이력정보는 식물 유전 자원 보존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정은 데이터 신뢰성·투명성 확보라는 난제를 해결해줄 힌트를 블록체인 기술에서 찾았다. 단계별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 조작을 방지할 수 있으며 대중에게도 공개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특성에 주목했다. 실제 공공 분야에서 이미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과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COOV)’ 등 투명한 이력관리 시스템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하지만 한수정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은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한계에 부딪혔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내·외부 망이 분리된 구조인 데다 예산상 제약으로 ‘전용(Private) 블록체인’ 구성이 어려운 탓이었다. 박 실장은 “두나무와 람다256을 만나며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으로도 프라이빗하게 블록체인 구성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나무와 한수정은 올해 7~10월 4개월간 식물이력정보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민간 클라우드에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람다256의 친환경 블록체인 루니버스 BaaS를 활용해 식물 이력의 블록체인화 첫 발을 뗐다.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식물 이력 관리는 종자 관련 각종 데이터를 나타내는 ‘뱅크시드 NFT(대체불가토큰)’와 ‘분양시드 NFT’ 개념이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종자가 시드뱅크에 저장되기 전까지는 기존 시스템에서 관리되다가 시드뱅크에 저장되는 순간 뱅크시드 NFT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뱅크시드 NFT에는 종자의 뱅크 관리 ID, 과명, 속명, 관리기관, 발아율 등 주요 메타데이터(데이터에 관한 속성정보)가 선별 기록된다. 이후 종자가 분양되면 분양시드 NFT를 발행, 분양 이력이 블록체인으로 관리되는 구조다.
두나무는 이처럼 종자에 연결된 모든 식물 이력을 ‘시드 바운드 토큰(SBT)’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소울 바운드 토큰(SBT)’이 신원을 나타내 타인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벤치마킹, 식물의 고유성을 강조한 시도인 셈이다. 종자가 식물원이나 연구소로 이동해도 그 고유성은 변하지 않으므로 연결 정보가 바뀌지 않는다는 게 핵심으로, 일종의 ‘식물 ID’를 부여하는 것이다. 박 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시스템에서 표현이 어려웠던 족보와도 같은 거미줄 형태의 종자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식물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정은 향후 종자 정보를 국민 누구나 조회할 수 있도록 ‘이력 조회 스캔 시스템’을 오픈해 자생식물 종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방침이다. 또 흩어져 있던 식물 종자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합하고 식물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해나가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의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프로젝트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