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안에 수수께끼가 잔뜩...에르메스가 찜한 작가가 서울에 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크리스찬 히다카 개인전
12월 23일까지 한남동 갤러리바톤
12월 23일까지 한남동 갤러리바톤
사다리를 오르는 여인과 바로 옆 발레복을 입은 채 뒤돌아선 아이. 영국 작가 크리스찬 히다카(46)의 작품 ‘골든 스테이지’다. 이 그림에는 자세히 봐야 읽을 수 있는 몇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좌우 벽에 빼곡히 들어찬 문양에는 이슬람 문화가 녹아 있다. 모든 인물이 입은 옷에는 피카소의 디자인이 들어 있다. 하이라이트는 그림 속 시계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8시 24분. 이 그림 뿐만 아니라 전시에 나온 그림 속 모든 시계는 같은 시간을 표시한다. 20시 24분, 즉 새해 ‘2024’를 의미한다.
비밀을 하나씩 풀어내는 재미를 주는 히다카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개인전 ‘황금기’를 통해서다. 그의 작품 30여점이 걸렸다. 아시아에서는 2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최근 전시 개막에 맞춰 하디카가 직접 현장을 찾았다.
히다카는 ‘에르메스가 찜한 작가’로 유명해졌다. 그는 지난해 에르메스재단의 도움으로 일본 도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도쿄 르 포럼 에르메스’ 2인전을 치렀다. 내년엔 프랑스 파리의 에르메스 쇼윈도에 작품을 전시한다.
그는 이슬람에서부터 불교, 민간 신앙까지 여러 문화를 한 그림 안에 섞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거북이, 두루미 같은 동양적 소재를 작품에 녹였다. 일본과 영국 혼혈인 히다카의 출신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동양의 문화를 자주 접했다”며 “그림에 동양의 상징을 섞는 것은 나의 출생 배경을 녹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첫 자상화도 걸려 있다. 우산을 쓴 채 허리를 구부린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남성에 그의 얼굴을 담았다. 이 작품은 돈을 벌기 위해 프랑스에서 배를 타고 영국 부두에 이제 막 도착한 사람을 그렸다. 인간 세계의 심적·육체적 고통을 그림 안에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했다.
이 그림에도 르네상스부터 17세기, 고대까지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그에게 영감을 준 존재들이 여럿 들어있다. 한 그림 안에 다양한 문화의 흔적이 보이는 이유다. 특히 바닥 물 속에는 거북이를 그려 넣어 인간의 깊은 심연과 내면을 표현했다. 반대로 천장에는 두루미 문양을 새겨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간다는 의미를 넣었다. 가운데에 인간을 배치해 심연과 새 세상 속 인간세계를 표현했다.
히다카가 이렇게 작품 안에 많은 상징들을 넣는 것엔 그의 ‘화가로서의 신념’이 바탕이 됐다. 그는 “화가는 손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이미지 메이커’라고 생각한다”며 “이미지 안에 여러 메시지를 넣고, 관객에게 함축해 전달하는 작업이 바로 나의 직업(화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영국 작가’가 그린 ‘중국풍 산수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처음으로 중국풍 산수화를 선보였다. 영국 작가인 히다카가 중국풍의 그림을 그린 이유엔 그의 추억이 담겼다. 그는 10년 전 여러 중국 도시를 유랑하며 받은 영감을 그림에 그대로 옮겼다. 특히 그는 송나라 시대 그림에 큰 영감을 받아 작업의 모티브로 삼았다.
히다카의 산수화는 다양한 시각에서 본 풍경이 담긴 것이 특징이다. 그가 봤던 각각 다른 풍경들을 한 그림에 넣었기 때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과정을 통해 바뀌는 풍경을 그렸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그림 속 산 중간에 산책로를 그려넣었다. 그는 이 그림에 대해 “산 속에 놓인 산책로가 오늘날 갤러리의 역할과 닮았다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갤러리를 걸어다니며 시각이 계속 바뀌는 것과 산을 걷는 것은 똑같다”고 했다.
히다카는 요즘 유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준비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는 ‘오일 템페라’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고전적 느낌 주는데 최적이기 때문”이라며 “요즘 그림중엔 패스트푸드 같은 작품이 많은데, 나는 오랜 준비과정도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작품과 함께 벽화를 그려넣었다. 전시 2주 전 방한해 갤러리 벽에 직접 그렸다. 영국에서 먼저 전시관 모형을 만드는 등 미리 준비했다. 그는 “고대 사람들이 동굴 벽에 벽화를 그린 것처럼, 나도 ‘나의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벽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좌우 벽에 빼곡히 들어찬 문양에는 이슬람 문화가 녹아 있다. 모든 인물이 입은 옷에는 피카소의 디자인이 들어 있다. 하이라이트는 그림 속 시계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8시 24분. 이 그림 뿐만 아니라 전시에 나온 그림 속 모든 시계는 같은 시간을 표시한다. 20시 24분, 즉 새해 ‘2024’를 의미한다.
비밀을 하나씩 풀어내는 재미를 주는 히다카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개인전 ‘황금기’를 통해서다. 그의 작품 30여점이 걸렸다. 아시아에서는 2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최근 전시 개막에 맞춰 하디카가 직접 현장을 찾았다.
히다카는 ‘에르메스가 찜한 작가’로 유명해졌다. 그는 지난해 에르메스재단의 도움으로 일본 도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도쿄 르 포럼 에르메스’ 2인전을 치렀다. 내년엔 프랑스 파리의 에르메스 쇼윈도에 작품을 전시한다.
그는 이슬람에서부터 불교, 민간 신앙까지 여러 문화를 한 그림 안에 섞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거북이, 두루미 같은 동양적 소재를 작품에 녹였다. 일본과 영국 혼혈인 히다카의 출신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동양의 문화를 자주 접했다”며 “그림에 동양의 상징을 섞는 것은 나의 출생 배경을 녹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첫 자상화도 걸려 있다. 우산을 쓴 채 허리를 구부린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남성에 그의 얼굴을 담았다. 이 작품은 돈을 벌기 위해 프랑스에서 배를 타고 영국 부두에 이제 막 도착한 사람을 그렸다. 인간 세계의 심적·육체적 고통을 그림 안에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했다.
이 그림에도 르네상스부터 17세기, 고대까지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그에게 영감을 준 존재들이 여럿 들어있다. 한 그림 안에 다양한 문화의 흔적이 보이는 이유다. 특히 바닥 물 속에는 거북이를 그려 넣어 인간의 깊은 심연과 내면을 표현했다. 반대로 천장에는 두루미 문양을 새겨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간다는 의미를 넣었다. 가운데에 인간을 배치해 심연과 새 세상 속 인간세계를 표현했다.
히다카가 이렇게 작품 안에 많은 상징들을 넣는 것엔 그의 ‘화가로서의 신념’이 바탕이 됐다. 그는 “화가는 손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이미지 메이커’라고 생각한다”며 “이미지 안에 여러 메시지를 넣고, 관객에게 함축해 전달하는 작업이 바로 나의 직업(화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영국 작가’가 그린 ‘중국풍 산수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처음으로 중국풍 산수화를 선보였다. 영국 작가인 히다카가 중국풍의 그림을 그린 이유엔 그의 추억이 담겼다. 그는 10년 전 여러 중국 도시를 유랑하며 받은 영감을 그림에 그대로 옮겼다. 특히 그는 송나라 시대 그림에 큰 영감을 받아 작업의 모티브로 삼았다.
히다카의 산수화는 다양한 시각에서 본 풍경이 담긴 것이 특징이다. 그가 봤던 각각 다른 풍경들을 한 그림에 넣었기 때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과정을 통해 바뀌는 풍경을 그렸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그림 속 산 중간에 산책로를 그려넣었다. 그는 이 그림에 대해 “산 속에 놓인 산책로가 오늘날 갤러리의 역할과 닮았다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갤러리를 걸어다니며 시각이 계속 바뀌는 것과 산을 걷는 것은 똑같다”고 했다.
히다카는 요즘 유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준비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는 ‘오일 템페라’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고전적 느낌 주는데 최적이기 때문”이라며 “요즘 그림중엔 패스트푸드 같은 작품이 많은데, 나는 오랜 준비과정도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작품과 함께 벽화를 그려넣었다. 전시 2주 전 방한해 갤러리 벽에 직접 그렸다. 영국에서 먼저 전시관 모형을 만드는 등 미리 준비했다. 그는 “고대 사람들이 동굴 벽에 벽화를 그린 것처럼, 나도 ‘나의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벽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