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거래소 규제 변경 소식에…6% 급등한 커피 가격 [원자재 포커스]
아라비카 커피 가격 하루새 6% 급등
로부스타 품종도 3.5% 올라
ICE선물거래소 규칙 변경하면서 재고 급감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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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커피 생두 가격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국제 선물 거래소가 관리규율을 변경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장기 보관된 수십만t 분량의 커피 생두가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고가 급감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의 규제도 이를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커피 생두 선물(3월물) 한 봉지(60㎏)당 가격은 전일 대비 12달러(6.95%) 상승한 184.7달러에 장마감했다. 로부스타 품종 생두 선물(1월물) 가격도 t 당 전일 대비 88달러(3.49%) 상승한 261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 거래소 규제 변경 소식에…6% 급등한 커피 가격 [원자재 포커스]
국제 거래소 규제 변경 소식에…6% 급등한 커피 가격 [원자재 포커스]
국제 커피 생두 가격이 급등한 배경엔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규제 변경이 있다. 지난 9월 ICE는 12월 1일부터 커피 생두 인증 규칙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주문서를 받은 뒤 취소된 커피 재고를 다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증하는 제도를 폐기한다. 이전까지 커피 생두 트레이더들은 오래된 재고를 다시 검수받아 판매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ICE가 보관 규칙을 바꾸면서 장기 보관한 커피 재고에 파운드당 수십 센트에 달하는 '노후 벌금'이 부과할 예정이다. 지난 30일 기준으로 재인증 신청한 커피 물량은 약 16만 봉지에 달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ICE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노후화된 커피 재고를 폐기하거나 다른 거래소로 반출하고 있다. ICE 내 아라비카 커피 생두 재고량은 지난 30일 기준 22만 4066봉지로 집계됐다. 24년 만의 최저치다. 로부스타 커피 재고는 3944로트로 역대 최저치인 3374 로트를 웃돌았다.

커피 생산량 전망은 품종에 따라 엇갈렸다. 미 농무부 해외 농업국(FAS) 따르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세계 최대 로부스타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의 내년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내년 수확량을 3103만 봉지로 추정했지만, 지난달 2780만 봉지로 하향 조정했다.

아라비카 커피 수확량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FAS는 세계 최대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내년 수확량이 1년 전에 비해 12.8% 증가한 4490만 봉지를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2위 생산국인 콜롬비아에서도 전년 대비 7.5% 증가한 1150만 봉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남미에 폭우가 쏟아지게 되면 이 수치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내년에는 유럽연합(EU)도 규제를 시행하면서 커피 수급난을 촉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U는 올해 6월 산림파괴금지법을 발효했다. 이 법은 삼림 벌채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 코코아, 팜유, 고무 등의 제품이 블록 내에서 판매되는 것을 규제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산하 국제무역기구(ITC)는 2024년 12월까지인 계도 기간 동안 생산돼 EU에 보관된 커피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고의 커피 생산국은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에서도 삼림 벌채에 대한 우려가 높다. ITC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역외에 판매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파멜라 코크-해밀턴 ITC 전무는 "계도기간 내에 시장에 출시된다면 괜찮지만, 이후엔 (생산자가) 새로운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조처를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상품이) 반입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