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과시한 농식품부 ‘물가 압박’…‘표정 관리’하는 기재부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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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부처에서 소관 품목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하는 건 당연하긴 하지만…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A부처 관계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아이스크림(빙과)업계 대표 기업인 빙그레를 찾아가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지난달 28일. 한 부처 관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이날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빙그레 충남 논산공장을 방문해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다만 이번 방문엔 강력한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이례적으로 “빙그레는 올해 초와 10월에 원부자재 조달 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메로나, 투게더 등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빙그레는 주요 제품 가격을 두 차례 인상을 통해 20% 넘게 올렸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농식품부 실·국장들은 지난달 초부터 연일 식품 기업을 찾아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날인 지난달 30일엔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이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를 찾아 협조를 요청했다. 물가 관리를 위해 빵·우유·소고기·돼지고기 등 28개 품목 가격도 매일 점검하고 있다.
식품 기업들도 정부의 가격 자제 요청에 인상 계획을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 오뚜기,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식품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 가계 부담 가중을 고려해 민생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설명이었다.
농식품부는 기업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철회로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물가 전담 관리제 때만 하더라도 담당 사무관이 경고 전화를 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동결했다는 것이 전직 물가 담당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에게 이른바 ‘말발’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 농식품부 과장은 “예전엔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담당 부서에 미리 통보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지금은 부서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농식품부가 식품 관련 주무 부처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관리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농식품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기재부 내부에선 농식품부가 앞장서 물가 관리에 나선 것을 환영하는 반응도 있지만 내심 불편해하는 기색도 적지 않다. 기재부는 물가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지만, 관리해야 하는 소관 품목과 기업이 뚜렷한 농식품부나 해양수산부 등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관리에 대한 책임은 무한대로 지는 반면 다른 부처와 달리 권한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물가 관련 대국민 홍보에 대해서도 기재부 내부에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가격 인상을 자제했다는 비판을 농식품부 등 일선 부처가 아닌 물라 컨트롤 타워인 기재부가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홍두선 차관보 등 주요 기재부 간부들이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수급 동향을 점검하는 현장을 주로 찾는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가 전담 관리하는 가공식품 등 28개 품목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식품부가 전담자를 지정한 빵·우유·소고기·돼지고기 등 28개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전체 1000 중 83.6이다. 가중치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개별 품목의 지수상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품목은 전세와 월세로 각각 54.0과 44.3이다. 이어 △휴대 전화료 (31.2) △공동주택 관리비(21.0) △휘발유 (20.8) △외래진료비 (19.2) △전기료 (15.5) 순이다. 농식품부가 전담 관리하는 28개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것은 돼지고기(10.6)로 전체 458개 중 16번째다.
특히 농식품부가 이번에 새롭게 전담자를 지정한 가공식품 등 7개 품목의 가중치는 22.6이다. 전체 지수의 2% 수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체 가중치와 관계없이 이들 품목의 등락률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밀착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주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휘발유 가격도 10월 초보다 L당 150원가량 하락하면서 11월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2.3%까지 낮아진 후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석 달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기재부는 11월 물가 상승률이 3.5%를 넘지 않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5%와 3% 초반대 숫자가 주는 메시지는 확연히 다르다”며 “물가가 3% 초반대까지는 떨어져야 정부의 물가 관리 대책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아이스크림(빙과)업계 대표 기업인 빙그레를 찾아가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지난달 28일. 한 부처 관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이날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빙그레 충남 논산공장을 방문해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다만 이번 방문엔 강력한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이례적으로 “빙그레는 올해 초와 10월에 원부자재 조달 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메로나, 투게더 등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빙그레는 주요 제품 가격을 두 차례 인상을 통해 20% 넘게 올렸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농식품부 실·국장들은 지난달 초부터 연일 식품 기업을 찾아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날인 지난달 30일엔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이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를 찾아 협조를 요청했다. 물가 관리를 위해 빵·우유·소고기·돼지고기 등 28개 품목 가격도 매일 점검하고 있다.
식품 기업들도 정부의 가격 자제 요청에 인상 계획을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 오뚜기,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식품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 가계 부담 가중을 고려해 민생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설명이었다.
농식품부는 기업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철회로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물가 전담 관리제 때만 하더라도 담당 사무관이 경고 전화를 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동결했다는 것이 전직 물가 담당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에게 이른바 ‘말발’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 농식품부 과장은 “예전엔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담당 부서에 미리 통보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지금은 부서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농식품부가 식품 관련 주무 부처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관리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농식품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기재부 내부에선 농식품부가 앞장서 물가 관리에 나선 것을 환영하는 반응도 있지만 내심 불편해하는 기색도 적지 않다. 기재부는 물가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지만, 관리해야 하는 소관 품목과 기업이 뚜렷한 농식품부나 해양수산부 등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관리에 대한 책임은 무한대로 지는 반면 다른 부처와 달리 권한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물가 관련 대국민 홍보에 대해서도 기재부 내부에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가격 인상을 자제했다는 비판을 농식품부 등 일선 부처가 아닌 물라 컨트롤 타워인 기재부가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홍두선 차관보 등 주요 기재부 간부들이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수급 동향을 점검하는 현장을 주로 찾는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가 전담 관리하는 가공식품 등 28개 품목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식품부가 전담자를 지정한 빵·우유·소고기·돼지고기 등 28개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전체 1000 중 83.6이다. 가중치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개별 품목의 지수상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품목은 전세와 월세로 각각 54.0과 44.3이다. 이어 △휴대 전화료 (31.2) △공동주택 관리비(21.0) △휘발유 (20.8) △외래진료비 (19.2) △전기료 (15.5) 순이다. 농식품부가 전담 관리하는 28개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것은 돼지고기(10.6)로 전체 458개 중 16번째다.
특히 농식품부가 이번에 새롭게 전담자를 지정한 가공식품 등 7개 품목의 가중치는 22.6이다. 전체 지수의 2% 수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체 가중치와 관계없이 이들 품목의 등락률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밀착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주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휘발유 가격도 10월 초보다 L당 150원가량 하락하면서 11월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2.3%까지 낮아진 후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석 달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기재부는 11월 물가 상승률이 3.5%를 넘지 않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5%와 3% 초반대 숫자가 주는 메시지는 확연히 다르다”며 “물가가 3% 초반대까지는 떨어져야 정부의 물가 관리 대책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박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