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일 검색량 지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입적한 자승스님의 검색량은 40을 넘어서면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21), 가수 유승준(17), 부산 엑스포(10)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을 때를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다. 다른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에 비해 2배 넘게 자승스님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셈이다.

최근 일주일로 놓고 보면 지난달 29일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고, 30일 새벽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이에 대한 관심은 하루이틀새 식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수감돼 관심이 집중됐으나, 이 또한 자승스님에 대한 검색량에는 절반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가수 유승준이 두 번째 비자 발급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20여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이 또한 자승스님 입적과 비교해 관심도가 절반 수준이었다.
출처=구글 트렌드
출처=구글 트렌드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나 지낸 자승스님은 지난달 29일 밤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에서 일어난 불로 입적해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스스로 선택으로 소신공양(燒身供養)했다"며 방화, 방화에 의한 살해, 제3자가 개입해 사고로 위장했을 가능성 등 각종 의구심에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자승스님의 화재 사건에 대해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등 여파로 경찰은 물론 국정원까지 자승스님 분신 현장에 등장해 관심이 더욱 쏠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등 서울 봉은사를 방문할 때마다 자승 스님과 차담을 갖는 등 교류해왔다.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2월과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에 단독 일정으로 봉은사를 찾아 자승 스님과 만나는 등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도 봉은사를 찾아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불교계 원로 스님들에게 조언을 구할 때도 자승스님을 만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찾아 봉은사 회주 자승 스님과 환담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찾아 봉은사 회주 자승 스님과 환담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수사당국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나섰으나 폐쇄회로(CC)TV와 유언장 등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타살이나 방화 등을 의심할 만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와중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러 음모론이 떠돌고 있다. 자승스님이 지난달 27일 교계 언론사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밝히는 등 의지가 강했는데 입적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조계종은 각종 의혹 진화에 나섰다. 자승스님의 입적은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수행자의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자승스님이) 정토 극락 니르바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유서를 통해 짐작되는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상 제가 볼 때는 상당한 기간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다만 그 시기가 이때였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인은 잘 이해를 잘 못 하시겠지만 수행자 사이에서는 충분히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인 세계에서 벗어난 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 그 이상 그 이하, 덧붙이거나 왈가왈부할 문제가 이제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