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베스트투자증권
사진=이베스트투자증권
“박스권에 머물 전망인 내년에는 특정 업종을 찾기보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제약‧바이오와 인터넷‧게임과 같은 퀄리티주가 유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수를 움직이는 주도주를 꼽으라면 반도체를 들 수밖에 없지만, 현재는 가격이 많이 상승해 투자하기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봐요.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확인한 뒤 접근하는 게 좋겠습니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한국 주식시장을 ‘상저하고’로 전망하면서도,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크게 뛰어넘지는 못하는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기업 이익이 올해 대비 크게 늘어날 것이란 현재의 컨센서스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출 회복 기대 빗나갈 수도…미국‧중국 모두 여력 없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0조원이다. 하지만 신 센터장은 200조원 정도를 전망한다.

그는 “현재 컨센서스는 8%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수준”이라며 “이는 제로금리에 더해 팬데믹으로 인한 호황의 수혜까지 충분히 받은 2021년이나 경기가 완전한 호황 국면일 때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산 제품을 많이 구매할 여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에 대해 신 센터장은 “이번 추수감사절 쇼핑시즌의 특징이 선구매-후결제였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초과저축을 소진했지만 소비성향을 단번에 줄이지 못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보다 내년 경기가 더 안 좋을 것으로 신 센터장은 보고 있다. 정부 부양책의 규모도 과거 위기 이후 회복 국면에서보다 작은 데다, 중국 소비자들 역시 소비 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나왔지만 GDP의 1% 효과밖에 없다. 예전 금융위기 직후에 나온 부양책의 규모는 거의 GDP의 13%”라며 “재정 집행에 의한 효과도 떨어지고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높아 돈이 들어가 봐야 유동성 함정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남는 건 소비인데, 이번 광군제 때 드러난 중국인들의 소비는 생각보다 별로였다”며 “현재 중국 가계의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45%로 금융위기 당시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상반기에 자동차로 방어하면, 하반기는 반도체가 주도할 것”

내년 이익이 과대 추정된 대표적 업종으로 자동차가 꼽혔다. 사상 최대치인 올해보다 내년에 더 성장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 센터장은 내년 초 주식시장에서 자산을 지켜줄 업종으로도 자동차를 꼽았다. 그는 “자동차 업종은 그 동안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많았기에 가격 부담이 없다”며 “수출주 중에서 방어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업종에 대해서는 당장은 가격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 주가가 급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는 리스크에 더해 아직은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업종이 최근 랠리를 보였기에, 내년 초반에는 주가 흐름이 조금 둔화될 수 있다”며 “하반기에 미국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반도체업종이 증시를 주도해 ‘상저하고’의 ‘하고’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정 업종보다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면서 성장성까지 갖춘 퀄리티 스타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신 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팬데믹 시기와 같은 초저금리 환경을 다시 보긴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네이버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현금 창출 능력과 함께 성장주 콘셉트까진 가진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금리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사이클이 시작됐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매출이 부진한 기업들과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시장에서 소외되는, 소위 말하는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물가 논쟁 따른 금리 인하 지연이 시장 괴롭힐 수도”

내년 주식시장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를 묻자 신 센터장은 “금리”를 꼽았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컨센서스에 동의하면서, 하반기부터 미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신 센터장은 “현재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전년 대비로 보면 3% 수준이고, 내년에도 3% 이상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2%인데, 3%대 물가 상승률을 용인할지 여부가 Fed 안에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3%대 물가상승률을 용인한다면 기준금리를 소폭이나마 내려주면서 시장에 훈풍을 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년 내내 시장을 괴롭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 이벤트도 증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우선 연초에 예정된 대만 대선 과정에서 양안관계가 악화되면 미중 갈등 심화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4월로 예정된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 이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우려됐다. 신 센터장은 “현재 정치권에서 총선 때 표심을 의식해 PF 문제를 문제삼지 않는 중”이라며 “총선 이후 PF 문제가 불거지면 금융권이나 한국의 내수주에는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미국 정치 역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당장 내년 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미국 현지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에게 주던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연말로 예정된 대선과 관련해서도 신 센터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가더라도 현재 재정지출에 대한 정책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으로 수혜를 입은 종목들이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주장하는 재정지출에서 접점을 찾아보면 한국 제약‧바이오 업종의 기회도 보인다”며 “약가 인하에 대한 이슈가 있는데, 우리 기업들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