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신민아의 눈물샘 자극하는 '찐모녀 케미'···영화 '3일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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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휴가 받아 딸 만나러 온 엄마
육상효 감독, 유영아 각본의 힐링 판타지
육상효 감독, 유영아 각본의 힐링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의 한 장면. 글뫼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218195.1.jpg)
"하자. 내가 뭐 중하다고. 우리 진주가 웃고 사는 게 중요하지. 하자. 어이 하면 되는데."(복자)
“어이쿠. 선배들이 그랬어요. 제일 통제가 안 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가이드)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에서 종영을 약 15분가량 앞두고 나오는 대화다.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나 저승에서 사흘간 휴가를 얻어 이승에 내려온 복자(김해숙 분)와 그녀를 안내하는 초보 가이드(강기영)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점부터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흘 내내 진주(신민아)를 지켜보기만 했던 엄마 복자가 드디어 딸과 직접 소통하며 정을 나누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많은 관객이 눈물을 훔쳤다.
![영화 '3일의 휴가'의 한 장면. 글뫼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218224.1.jpg)
가이드가 자신을 소개하며 “사흘의 휴가 동안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복자는 “미국 명문대(UCLA)에서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딸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한다. 가이드는 ”딸과 말을 나눌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등 이승의 여행규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따님에 대한 행복한 기억만 갖고 오시면 됩니다.“
![영화 '3일의 휴가'의 한 장면. 글뫼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218234.1.jpg)
영화에서 진주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빨리 되살리고 오래 기억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음식’이다. 복자와 가이드가 진주를 찾아 내려온 곳은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아니라 복자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살았던 한국의 시골 마을이었다. 진주는 엄마가 해준 손맛으로 레시피를 개발해 고향에서 막 백반 장사를 시작한 터였다. 엄마의 특별한 비법이 담긴 만두도 개발했다. 모녀가 소통한 마지막 밤은 공교롭게도 복자가 태어난 날. 진주는 미역국과 잡채 등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엄마의 생일상을 차린다.
![영화 '3일의 휴가'의 한 장면. 글뫼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218242.1.jpg)
모녀는 생일상을 나누며 복자의 생전에 못한 오해를 풀고, 진정한 속내를 주고받는다. 이 순간 복자의 뇌 속을 보여주는 듯한 가이드의 노트북 화면에선 두 모녀의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기억의 파일들이 하나둘 삭제된다. 객석의 울음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던 대목이다. 두 모녀가 직접 소통하기 전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로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 구조가 위력을 발휘한다. 모녀가 오랜 시간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움까지 모두 담은 모녀의 레시피가 극적으로 완성된다.
![영화 '3일의 휴가'의 한 장면. 글뫼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218253.1.jpg)
영화가 내세운 ‘힐링 판타지'에 걸맞게 가족들이 함께 보면서 위안을 받을만하다. 다만 사후에도 딸의 성공과 안녕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이 조금은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