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급등한 비트코인(Bitcoin, BTC)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3만8500달러선을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새로운 상승을 시작할 수 있지만 3만6600달러를 하회하면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일 오후 16시 30분 기준 현재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29% 오른 5123만원(바이낸스 USDT 마켓 기준 3만83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2.36%를 기록하고 있다.

美 Fed 베이지북 "미국 경기 성장세 둔화"…PCE 지표도 호조
제롬 파월 Fed 의장. 사진 = 미 중앙은행(Fed) 홈페이지
고강도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 경제가 최근 몇 주 동안 성장과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2년 7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내면서 시장에서는 피벗을 전망하는 기대감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고금리 장기화로 지난 10월부터 미국 경제의 성장과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지북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했으나 지역 전체에 걸쳐 크게 완화됐다"면서 내년에도 물가 상승이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지역 중 6개 지역에서 경기 하락세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지난 10월 근원 PCE 지표가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재작년 4월(3.2%) 이후 2년 반 만에 최저치다. 근원 PCE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물가지수로 Fed가 물가 상승률의 척도로 들여다보는 수치다.

또한 같은 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2만7000건으로 재작년 11월(196만4000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의 증가는 해고된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노동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3%에서 변동이 없었다. 이는 Fed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초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선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PCE 지표와 고용시장 지표는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면서 "시장은 내년 5번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미 조지아주 애틀란타 스팰만대학교에서 열리는 좌담회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시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날 오후 16시 33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9.2%를 나타내고 있다. CME 그룹은 Fed가 내년 3월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46.7%로 점치고 있다. 앞서 CME 그룹은 기준 금리 인하가 내년 6월경 처음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 결정이 3월로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TF 기대감 고조되는 시장…바이낸스 합의, 유동성에 영향 적어"
사진=Beneath Blue/셔터스톡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도 자금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랙록·그레이스케일·해시덱스와 만나 비트코인 ETF와 관련한 거래 규칙 등 세부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랙록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SEC의 요청에 따라 현물 상환 방식을 보완해 ETF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CNBC는 "SEC는 비트코인 ETF 심사를 앞두고 자산 운용사들과 공식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결국엔 승인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기관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C데이터는 지난달 30일 연구 보고서를 통해 “11월 디지털자산 투자상품 운용자산(AUM)은 전월 대비 14.1% 급증한 433억달러(약 55조9800억원)를 기록했고 올 들어 120%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즈도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주 디지털자산 투자상품에 3억4600만달러 규모 자금이 유입됐다"면서 "이는 지난 2021년 강세장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CC데이터는 "시장은 ETF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면서 "기관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금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형투자자, 고래투자자 지갑 모두 지난 10월 이후 비트코인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다. 파란색은 축적, 빨간색은 매도를 의미한다. 자료 = 글래스노드 엑스 캡쳐
ETF 승인에 거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큰 손' 고래 투자자들도 비트코인 보유량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가상자산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글래스노드는 "지난 10월 말 이후로 비트코인을 1개 미만 보유한 개인 투자자부터 비트코인을 1만개 이상 보유한 고래 투자자까지 비트코인 보유량을 모두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블록체인 분석업체 샌티멘트는 "투자자의 비트코인 축적 속도는 최근 둔화했다"면서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바이낸스의 마켓뎁스는 평소 수준을 회복했다. 사진 = 카이코
최근 바이낸스가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을 내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바이낸스는 돈세탁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사 JP모간은 "이번 합의로 바이낸스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라앉았고 바이낸스의 붕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위협이 사라졌다"라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카이코는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통해 "합의 이후 바이낸스는 하루 만에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출됐지만 거래량과 유동성에 미친 즉각적인 영향은 미미했다"면서 "현재 바이낸스의 마켓뎁스는 미 법무부의 합의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라고 분석했다.

카이코는 "업계는 바이낸스가 여전히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켓뎁스란 예약 매수 및 매도 물량을 뜻하며 시장의 유동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비트코인, 아직 방향성은 나오지 않았다…3만8500달러 돌파해야 강세"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비트코인 시세에 큰 방향성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3만8500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새로운 상승세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저항선 돌파에 실패하면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최근 온체인 분석가들은 비트코인을 1년 이상 보유한 장기 투자자의 비율이 70%를 돌파하면서 시장에서 홀딩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아유시 진달 뉴스비티씨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단기적인 조정을 받고 3만7501달러 근방에서 단기 저점을 다졌다"면서 "비트코인이 3만8400~3만8500달러 부근의 저항선을 돌파하면 강력한 상승을 시작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저항선을 돌파에 실패하면 또다른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라며 "하락에 대한 지지선은 3만7450달러, 3만6720달러에 차례로 위치한다"라고 덧붙였다.

라케시 우파드예히 코인텔레그래프 가상자산 연구원은 "현재 비트코인은 다음 상승이나 하락에 대한 큰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우파드예히는 "비트코인이 3만8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안정적으로 지지한다면 비트코인 시세는 다음 저항선인 4만달러, 4만8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3만6546달러를 하회할 경우 3만4800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알렉스 쿠프치케비치 에프엑스프로 시장분석가도 "시장은 상승세를 가속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더 하락할 이유도 딱히 없다"라고 분석했다. 분석가는 "비트코인은 3만6600달러 지지선, 3만8300달러 저항선 사이에서 통합되고 있다"면서 "지지선을 하방 돌파하지 않는 한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지선이 깨지지 전까지는 투자자의 매수세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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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